범상 칼럼 / 초가삼간의 행복 7
사람은 자신이 남보다 더 낫다고 착각하는 ‘만(慢)’이라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느 나라·민족 할 것 없이 자국의 문화와 역사 등에 대해 일정 정도 국수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이 같은 국수주의는 국제간 경쟁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작용을 한다. 중국은 ‘중화사상’으로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사무라이’를 국가브랜드로 내세워 일본인은 명령에 복종하고 엄격한 규범에 따라 자신을 철저히 관리한다는 긍정적 이미지로 세계인들에 다가섰다.
한편으로는 나치의 유대인학살이나, 금세기 최고의 ‘어리석은 집단결정’이 되어버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대영제국의 향수에 빠진 영국인들이 자신들은 다른 민족에 비해 우월하다고 착각하여 결정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우리 한국인들은 이같은 자긍심이 너무나 부족하여 G20 국가에 걸맞는 위상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들도 ‘위대한 한국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미미하다. 대한민국은 뚜렷한 국가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한 결과 무역시장에서 동일품질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Made in Korea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쟁국에 비해 헐값을 받고, 주가가 평가절하 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내적으로는 소위 명품이라는 외국브랜드에 사족을 못쓰고 짝퉁이라도 가져야 한다는 웃지 못할 세상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분명 위대하다! 국수주의에 빠져 외치는 구호가 아니다. 지난 50년간 뚜렷한 성과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한강의 기적’ 이라고 불리는 경제성장과 세계민주주의 역사 최초로 평화적이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권교체를 이루어 내었다. 이것은 누구나 다하는 이야기라서 별스럽지도 생소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세계유일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무엇이 있었기에 G20에 속하는 나라 중에 유일하게 다른 나라를 침탈하여 경제수탈을 하지 않고 오직 자력으로 이룩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대답을 선뜻 내어놓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G20의 국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지하자원빈국이면서도 남의 나라에서 빼앗아온 밑천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노력으로 선진국이 된 나라. 촛불이라는 민주적 방식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바꾼 나라. 등등 그야말로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경이적인 사건들로 세계사를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놀라운 사실에 대해서 우리들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경제라는 단순수치의 비교는 그럴지 몰라도-“1950년대 한국은 소말리아와 절대 비슷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에는 지하자원이 부족했지만, 수천 년 동안 내려온 학구열과 학자 존중 전통이 있었다. 한국인들이 하루하루 버틸 식량을 얻기 힘든 기아상태에 처했고 –중략- 그 중에는 화학이나 기계공학을 공부한 전문가도 있었고 국가전략과 행정에 대해 수준 높은 식견을 갖춘 지식인도 있었다.” 그는 이어서 오랜 전통의 불교문화와 조선의 선비정신 그리고 동서고금에 찾아 볼 수 없는 조선이 유지했던 완벽한 국가체계 등 세계 최고수준의 문화적 바탕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토양 덕분에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반세기만에 G20의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자국의 문화를 찾아내고 계발한 것이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의 사례를 모방해서 따라 잡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G20국가에 들어선 지금부터는 모방은 한계에 다다랐다. 그래서 하루빨리 대한민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국가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초가삼간의 행복>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다시금 톺아보고 있는 중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