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원형래기자

 

울진 신한울 3·4호기 원전건설은 정부의 명백한 약속이었다. 단기간에 추진된 게 아니다. 이미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2014년)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년)에도 유지돼 온 정책이다.

지난해 2월 발전사업 허가를 얻은 뒤, 실시계획 승인·건설 허가를 심사 중이던 국책사업이다.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은 울진군과 정부가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 오랜 기간 지역 갈등을 극복해 마침내 역사적 착공을 앞 둔 약속된 사업이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바뀌었다고 원전 건설을 폐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국민 신뢰감 추락은 물론, 정부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과는 별도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약속대로 차질없이 이행돼야 한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약속 파기 과정에서 '울진의 의견'은 철저히 묵살했다. 단 한 번의 공청회도 열지 않았다. 당사자인 원전지역 주민과 울진군의 의견은 묻지도 듣지도 않은 것이다. 지난 1980년대 국가의 이름을 걸고 강제로 원전을 짓더니, 이젠 또 국가의 이름으로 원전 건설을 강제로 중단한 것이다. 원전 건설과 중단은 원전 주민의 합의를 기반으로 결정돼야 한다. 원전을 껴 안은 채 희생을 감내하며 살고 있는 5만여 울진 원전지역 주민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울진은 40여년에 걸친 일방적 국가 에너지정책에 따라, '원전 의존형 경제 구조'로 이미 오래 전 고착화 됐다. 또 신한울 3·4호기 건설 약속에 따라, 지난 10여년 간 지자체·민간의 모든 행정·경제 행위 초점이 원전에 맞춰져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습적인 원전건설 중단은 지역경기 위축·유동인구 감소 등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부르고 있다. 향후 60년 간 약 67조원의 직·간접 피해와 24만 3천명의 고용상실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다.

울진군은 정부 신한울 3·4호기 건설약속이 이행될 수 있도록 줄기차게 관련 정부부처를 찾아 울진의 입장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울진의 목소리를 결코 외면해선 안된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소통과 대화' 아닌가.

지난 40여년 간 울진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과거 관광과 농·수산업만 바라보고 산 울진은 국가 에너지정책에 의해 '원전 의존형 경제구조'로 완전히 바뀌었다. 하지만 이제부턴 또다른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원전 제로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노후원전 폐쇄와 원전 건설 백지화 등에 따라 당장 원전 주변지역의 세수 감소·인구 급감 등이 예상된다. 한마디로 '지자체 존립 위기' 곧 닥쳐올 수 있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원전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울러 '원자력 안전 연구기관' 등의 유치를 통해 원전지역 기존 주력산업의 혁신을 꾀하고 새로운 산업을 집중 육성해 나가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울진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릴 이같은 과제에 지자체와 군민의 관심이 전에없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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