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룡 서울지사장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차갑소?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소.” 이 말은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 중에 한 분인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선생이 우리 민족을 두고 한 말이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웃을 일이 별로 없던 그 시대에 도산 선생은 화기(和氣) 있고 온기(溫氣) 있는 민족,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는 독립적 개인의 내면적 각성, 즉 철저한 자기비판 의식에 기반한 민족의 개조를 주장했다.

개개인의 표정이 차갑고 잘 웃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반성하면서 학생들에게 사랑과 미소 공부를 권면했다. <훈훈한 마음, 빙그레 웃는 낯> 그것이 도산이 그리는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 민족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100년으로 안 되면 1000년을 걸쳐서라도 이 모습을 완성하자.”고 했다. 3.1운동 100주년이 지나는 현재, 우리는 여전히 잘 웃지 못하고 있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선사(膳賜)한 최고의 선물이 웃음이라고 한다. 원시인들이 집단 이동을 할 때 풀숲에서 부스럭대는 소리에 ‘사자’일까 생각하다가 ‘사슴’일 때 웃음소리로 주변 동료들을 안심시켰다. 그때 웃음소리가 얼마나 주변을 평안하게 만들었을 지는 우리가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웃음 덕분에 인류는 약한 육체를 공생으로 극복하면서 자연에서 살아남았다고 볼 수 있다. 또 인간의 눈에 흰자위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동료에게 보여주기 위해 진화한 까닭으로, 선명성을 공유함으로써 협동과 소통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소리를 내지 않고 눈썹 뼈를 움직여 표정을 선명하게 하여 동료들에게 위험을 표했다. 부스럭대는 소리가 ‘사자’가 아닌 ‘사슴’일 때 활짝 웃는 미소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웃을 때 눈자위는 저절로 작아진다. 그 미소는 또 얼마나 달가웠을까.

소리를 내지 않고 웃는 작은 웃음, 즉 미소에 작동되는 얼굴근육은 무려 42개라고 한다. 그 근육들의 조합에서 ‘진짜 미소’가 나타나는데, 그 웃음을 ‘뒤센 미소’라고 한다. 19세기 프랑스의 신경 생리학자 기윰 뒤센(G. Duchenne)은 <표정의 문법>이란 저서에서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의 경우 움직이는 얼굴근육이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을 밝혀냈고, 후에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이 진짜 미소를 ‘뒤센 미소(Duchenne Smile)’라 명명했다.

사람이 이 미소로 환하게 웃으면 의지와 관계없이 큰 광대근육이 수축하면서 광대뼈가 약간 들린다. 이때 입 주위와 눈 주위 근육이 함께 작용하여 입술 양 끝이 위로 올라가고, 눈꺼풀이 내려가면서 눈가에는 새 발가락 모양의 주름이 만들어진다. 이 미소는 긍정적 정서를 고스란히 표현하는 진짜 미소로, 앞서 말한 대로 인류의 원초적인 편안함이 그 속에 들어있다.

여기에 반대되는 가짜 미소가 ‘팬암 미소(PanAm Smile)’다. 보잉747로 유명했던 팬암항공의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해 짓는 입꼬리만 올리는 미소에서 이름 지어졌다. 팬암항공은 기내서비스도 세계 최고를 자랑했다. 그러나 승무원 입장에서 억지로 웃는 미소는 강요된 노동이다. 찡그린 것보다야 낫다지만 보는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게 웃음인데 노동으로 만들어진 미소를 보는 상대가 편할 리 있겠는가. 팬암 미소 탓은 아니겠지만 그 항공사는 없어진지 오래다.

지금 울진군에서는 친절 배가 운동이 한창이다. 밝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즐거운 것도 없다. 강요된 웃음이 아니라 도산 선생의 말씀대로 서로 사랑하는 마음, 그 마음에서 우러나와 활짝 핀 미소가 울진 전체에 퍼지기를 기대한다.

호쾌하게 웃지는 못하지만 나도 꽤 잘 웃는 편인데,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얼굴이 굳어버린다. 그동안 칼럼의 사진이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지적을 여러 번 받아왔고, 웃음에 관한 글을 싣는 마당에 좀 어색하지만 나도 웃는 사진으로 바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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