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시인, 논설위원)

 

널리 대중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대중음악 또는 가요라고 정의 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는 일제 강점기 경성방송국 개설과 함께 보급되면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틀림없다.

우리나라 최초 대중가요는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의 <사의 찬미>를 그 효시로 보고 있다. 당시에는 『창가』라고 했다. 이 곡은 외국곡인 〈다뉴브 강의 잔물결〉을 번안한 것으로 윤심덕이 작사한 걸로 추정한다. 하지만 노래 가사는 <다뉴브강> 과는 아무 상관없는 죽음을 찬미하는 내용이다. 노래 말은 다음과 같다. 『광막한 황야에 달리는 인생아/너의 가는 곳 그 어데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苦海)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후렴)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설움』(1절)

이 노래를 부른 윤심덕이 현해탄에서 연인 김우진과 함께 몸을 던져 더욱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사의 찬미>는 인생의 허무함과 일제강점기의 슬픔을 달래주는 노래가 되었다.

대중음악은 우리 삶과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그 시대의 자화상이 있다. 서민들의 정서와 애환이 있고, 시대의 역사와 야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노래와 사회, 인생 이야기가 있다. 따라서 대중가요는 자신과 사회를 이해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어렵지 않은 말과 내용, 정겹고 살가운 선율로 대중의 정서를 정확하게 반영하며 서민들 속으로 파고든 음악 예술이 바로 대중가요이다. <황성옛터><타향살이><신라의 달밤><전우야 잘 자라><굳세어라 금순아><노란 샤스의 사나이><눈물 젖은 두만강><섬마을 선생><하숙생><동백아가씨><님과 함께><아침이슬><단발머리><내일은 해가 뜬다><고래사냥>등의 노래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거나 한번쯤은 들어본 노래들이다.

그 노래들을 잘 살펴보면 그 시대에 인간상과 풍물상 등을 반영한 역사문화 콘텐츠이다. 수십 년을 흘러가도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트로트』 등은 그 진화를 거듭해 이제 『싸이』열풍에 이어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에 노래와 춤으로 한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류돌풍이 전 세계에 한국문화를 널리 알렸듯이 최근에 각 지자체에서는 관광 산업의 하나인 그 지역 정서와 풍물을 노래한 가수나 노래로 그 지역을 홍보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노래비 건립이다.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노래비에는 부산 사십계단의 『경상도 아가씨』 영도의 『굳세어라, 금순아』 『돌아와요 부산항에』 『용두산 엘레지』,부산 향토가요 『태종대』 전라도의 『목포의 눈물』 『남원의 애수』 강원도 춘천의 『소양강처녀』충북 제천의 『울고 넘는 박달재』 경남 진해의 『삼포로 가는 길』 경북 회룡포의 『회룡호』 안동의 『안동역에서』 등 전국에 많이 산재해 있다.

울진을 흔히 『충절과 문향』의 고장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한 울진 선인들의 호국충절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나 기념탑도 건립되어 있다. 울진을 노래한 문학적 시비詩碑도 두어 곳 있다. 하지만 울진에는 대중가요로 된 노래비가 아직 없다. 이제 울진에도 음악적 감성을 표현한 노래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울진문화원에서 울진노래비 건립추진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대중가요로 알려진 울진 관련 노래에는 남인수의 『포구의 인사』 와 백년설의 『고향소식』 과 울진 출신 가수 고 장민의 『내 고향 죽변항』 등이 있다.

『포구의 인사』 노래 말 중 『팔십마일 물길에는』 원곡은 『가물가물 화륜선-으로 되어 있다.』 이 곡은 이후 지역에 맞게 개사 되었다. 백년설은 경북 성주 출신으로 성주고등학교 교정에 그 노래비(고향소식)가 세워져 있다. 다음은 『포구의 인사』와 『고향소식』노래 말이다.

포구의 인사 (남인수 노래/박남포 작사/이봉룡 작곡/1941)
포구의 인사란 우는 게 인사려나?/죽변만 떠나가는 팔십 마일 물길에/비 젖는 뱃머리야, 비 젖는 뱃머리야/어데로 가려느냐? 아 ~아 ~ 아아 아 ~ 아 아아 아 ~ (1절)

고향소식 (백년설 노래/조명암 작사/ 이촌인 작곡/1943)
사공아 뱃사공아 울진 사람아/ 인사는 없다마는 말 물어 보자/울릉도 동백꽃이 피어 있드냐/정든 내 울타리에 정든 내 울타리에/새가 울드냐 (1절)

어느 민족이든 대중가요는 그 시대 서민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대중가요 노랫말 한 소절이 마음의 위안이 되어 더욱 용기와 힘을 얻게 하고, 때로는 즐겁게, 신나게 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울진에도 노래비가 세워져 울진 사람들의 감성적 품격을 높이고, 관광 울진의 명성이 더욱 빛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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