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삼간의 행복 12

 

네발로 걷던 인류가 직립보행을 선택하면서 상대적으로 골반이 좁아졌고, 이로 인해 출산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좁아진 산도를 빠져나오기 위해 태아는 뇌 발달을 최소화할 수 밖에 없었고, 태어나서 뇌가 일정단계까지 발달하는 3개월 가량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것은 태어나서 불과 몇 분 이내에 뛰어다니는 짐승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진화론은 (인간은) 미숙상태로 태어난 새끼들을 보호하고 양육하기 위해 집단생활이 더욱 절실했고, 그것은 잘 조직된 사회를 구성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인류는 직립보행과 함께 요즘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보다 더 완벽한 공동육아체재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가족제도가 발달되면서 아이가 걸음을 걷기 시작하는 돌까지는 집안에서 양육되지만, 이후부터는 공동체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마당에 첫발을 내딛는 것은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하며, 돌잔치가 벌어지는 공간인 마당은 우리라는 공동체와 첫 대면을 하는 장소이다.

돌은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 나름 고민해보았다. 우리말은 사람을 지칭 할 때 어떤 것을 이룬 상태를 ‘꾀돌이’ ‘짠돌이’처럼 ‘돌이’라고 표현하고, 한 쪽이 남들보다 과할 때를 ‘키다리’ ‘늙다리’ 처럼 ‘다리’하고 한다. 그리고 미숙한 상태는 ‘벙어리’ ‘귀머거리’에서 보듯이 ‘어리’로 지칭한다. 따라서 돌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격을 갖춘 돌이가 뛰어 놀고, 자라고, 일하고, 마을사람들과 소통하는 마
당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왜 우리는 정원이 아니라 마당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것은 누차 말하지만 땔감에서 나오는 열과 연기를 분리하여 난방과 조리를 완벽하게 끝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 온돌에서 기인한다.

국수주의로 빠지면 곤란하지만, 우리민족은 의식주에서 가히 세계 최고이다. 옷은 몸매를 들어내지 않고 비례를 통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오래된 문명일수록 발달된다는 발효음식, 온돌 마루 마당으로 이어지는 주거방식, 여기에 문자 중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완벽한 한글과 다양한 소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언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온돌은 난방을 위해서 집을 작게 지어야 하고 창과 문도 최소화하지만, 침대나 식탁 등 고정적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가구가 없어 공간의 효율성 높다. 그래서 방이 작다는 단점이 극복된다. 방이 좁다보니 마루와 마당은 자연스럽게 일상의 작업공간이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통과의례의 장소가 된다.

탁자문화에서는 효율이 떨어지는 난방, 공간, 조명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ㅁ’자 집을 짓고 중정을 가지게 된다. 건물내부에 있는 중정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으로서 이웃과 소통하는 마당과는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중정이 발달된 문화권에서는 광장에 나가야 이웃과 소통을 할 수 있음으로 숟가락 젓가락 숫자까지 알고지내는 우리네 이웃사촌과 같은 개념이 희박하다.

이외에도 한옥은 평온하게 살아온 우리의 역사를 보여준다. 잘못된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외침을 많이 받은 불행한 민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옥의 구조에서 보면 세계에서 가장 전쟁을 적게 겪은 민족임을 알 수 있다. 한옥의 담장은 외적의 침입을 막는 역할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만 이웃과의 경계를 구분하고 집은 길을 향해서 길쭉하게 짓는다. 이에 반해 사회혼란을 많이 겪은 민족들은 ‘ㅁ’자 집처럼 담장을 높이 쌓아서 외적의 침입을 막고 길 쪽이 좁은 형태로 최대한 깊게 짓는다.

집의 형태로만 보아도 마당을 가진 한옥은 중정이 발달된 집들과 달리 외부와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마당은 우리라는 개념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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