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룡 서울지사장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내 사무실에는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특별한 손님이 한 명 있다. 동네 피자가게에서 배달을 하는 청년이다. 지난 해 초, 같은 건물에 피자 배달을 왔다가 사무실 출입문에 붙은 ‘울진신문 서울지사’라는 아크릴 현판을 보고 반가워서 초인종을 눌렀단다. 그 후로도 근처에 배달을 왔다가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으면 잠깐이라도 인사를 하고 간다.

한데 그 청년의 고향은 영덕이다. 객지에 사는 출향인들에게 고향은 그런 것이다. 고향과 이웃한 울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렇게 반갑다는 것이다. 울진소식을 묻고는 영덕 자랑을 늘어놓는다. 나도 무더위에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는 그 청년이 언제 불쑥 찾아들지 몰라 사무실 냉장고에 아이스 바(Ice bar)를 항상 얼려둔다.

그런 분이 또 있다. 가산디지털단지 부근에서 카센터를 하는 李사장님은 봉화군 출신이다. 그럼에도 수시로 들러 울진신문을 한부씩 가져간다. “봉화나 울진이나 한 동네 아닙니까.” 이밖에도 울진신문 현판을 보고 혹시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나 물어오는 사람도 꽤 있어서, 얼마 전부터 울진군 관광 리플릿을 장만해두고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한부씩 드린다.

안내 책자와 함께 설명을 듣고 울진여행을 다녀온 분이 나중에 잘 다녀왔다는 감사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무실이 작게나마 울진을 홍보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덕분에 나도 고향의 정감을 나눌 사람들이 생겨서 좋고, 덤으로 고향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출향인들을 울진의 홍보대사로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서울과 경기도 일원에만도 약 7만여 명의 울진 출향인들이 살고 있고, 재경울진군민 주요행사에 5천 명이 넘게 참여하고 있어 규모나 열성에서 어느 시군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 되어있다. 또한 부산과 울산 그리고 대구, 포항에도 울진군민들의 열성이 대단하다는 것도 익히 들었다.

그러고 보면 울진군은 출향인들을 통해서 대외적으로 고향을 홍보할 수 있는 자원은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구슬을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크게 빛을 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역할을 울진군과 울진문화원이 맡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향인들게 막연히 당부를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스템을 갖추어 보다 효과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우선, 출향인 중에서 역량을 지닌 분들을 대대적으로 발굴하여 울진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체계적인 홍보요령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효과적인 홍보를 하려면 울진 여행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울진 최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왜’ 울진 여행이 좋은지 질문자에게 구체적인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동해안 전체에서 천연온천이 울진군에만 두 곳이 있고, 백암온천과 덕구온천의 차이를 말해줄 수 있어야 하고, 백암이나 덕구온천과 연계된 관광코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 온천만이 아니라 울진은 천혜의 광광 보고(寶庫)다. 동해안에서 가장 긴 해안을 보유하고 있는 ‘여유로운 바다’는 왕돌초라는 보물까지 품고 있고, 천연자연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이 ‘숨 쉬는 땅’은 금강송이 울창하여 성류굴처럼 신비롭다. 고구려와 신라의 대립이 비석의 기록에 선연하고 고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를 아우른 울진 역사 또한 창연(敞然)하다.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울진의 애국지사는 77명으로 전국 시군 평균의 2배에 이른다. 그러한 애국심과 애향심이 후손들 의식에 고스란히 흐른다. 그들이 앞장서 울진을 홍보하도록 군청과 문화원이 나서주길 바란다.

많은 분들이 지역 경제 활성을 위해 진행 중이던 원전은 마무리하기를 희망하지만, 현실적으로 가까운 시기에 재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나마 울진에는 환경과 관광이라는 자원을 간직하고 있다. 36번국도 직선화는 실현이 되었고 동해남부선 철도 시대가 다가왔다. 울진을 알리고 홍보해할 일이 시급해졌다. 마침 재경 울진군민회에서 출향인들에게 울진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방도를 연구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울진군과 협조를 통해서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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