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 시냇물소리, 바람소리, 산새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자연교향곡으로 울려 퍼지는 곳 나의 고향은 울진이다.

한해에 10여차례 고향에 가본다. 2,3회는 성묘나 길흉사 등 특별행사가 있어 가고 나머지는 꿈에서 고향을 본다.

1956년 12월 26일 기성장날을 기하여 정든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내려왔다. 한일여객버스에 몸을 싣고 꼬불꼬불한 국도 7호선 신작로를 따라 하루종일 먼지길을 달려 밤이 되어서야 하얀곰같은 꼴이되어 부산땅에 도착했다.

벌써 48년이란 세월이 흘러갔으나 아직도 나는 부산사람이 아니라, 울진사람이다.

혹시 안동이나 포항이 고향아니신지요? 지금도 엑센트하며 말씨가 고향 냄새가 물씬 풍기니 말이다.

세상사람 누구나 고향이 있다. 고향땅이 낙원 같은 곳이든, 극지방의 동토든, 열사의 사막땅이든 간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향은 좋은 곳이요, 잊지못할 곳이다.

문필가는 소설로, 음악가는 노래로 자라난 자기고향을 쓰고 노래한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 “내고향으로 날 보내줘” 와 같이...
나는 고향생각이 날때면 제일 먼저 어머니 생각이 난다.

가난과 병마로 점철된 가장 어려웠던 시기, 어머님은 희생의 화신이었다. 비단옷 한번 입어보지 못하고 기차구경 한번 못해보고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 천진난만하던 어린시절 산으로, 냇가로, 들판에서 솔방울 전쟁놀이, 물장구치며 고기잡고, 콩살이, 밀살이하던 동무들이 생각난다.

동네 우물가에 서성거리며 물깃던 순이와 자야를 훔쳐보던 생각도 난다. 가고파, 동무생각, 나의살던 고향은... 노래소리가 은은히 들려 오는 듯하다. 내가 태어난곳은 기성장터에서 시냇물따라 10여리 산골로 올라가면 잘방골(자라바윗골)의 협곡을 지나 분지형 동리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다오네(다천 茶川)마을이다. 오지중의 오지마을이요 가난한 마을이었다.

평해중학교 통학길은 30여리로, 20리길이 지신제(귀신제)로 불리우는 무시무시한 산길 오솔길이다. 새벽4시에 기상하여 비가오나 바람부나 3년을 넘나 들면서 온갖 애환이 깃든 길이어서 지금도 반바위라는 반석과 이름모를 산새하며 들꽃들이 생생하게 떠오른곤 한다.

고향에서 얻은 교훈은 두고두고 나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 기댈 언덕이 없다. 이를 악물고 성공하자. 지신제에서의 극기 훈련으로 강인한 체력이 큰 자산이 되었다.

가장 효과적인 학습은 체험학습이요, 눈물젖은 빵을 먹어본 자가 성공확율이 높음을 후배들이 알아야 한다.

‘젊을 때의 고생은 사서도 해봐야 한다’라는 말을 꼭하고 싶다.

부산에는 고향단체 모임이 없어 74년에 친구 7명이 모여 재부청우회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이 해 8.16일에 제1회 울진군 청소년 배구대회를 울진에서 성대히 거행하였다. 군내 초·중학교 대항 경기였으므로 행사 규모가 대단하였고, 이행사는 78년 5회까지 이어졌다.

청우회를 계기로 74년 9월 21일 재부 울진군민회를 태동시키게 되어 고향의 크고 작은행사에 기회 있을때마다 참여하게 되었다.

요즈음 고향울진이 뜨고 있다. 정말 기쁜일이 아닐수 없다.
친환경 농업엑스포, 바다목장화사업, 해양과학 중심지역으로 크게 부상하고 있으며, 울진을 배경으로한 SBS 특별기획드라마 「폭풍속으로」는 고향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와같은 일련의 울진발전은 우연이 아니라 고향을 지키는 모든군민과 관계기관, 그리고 출향인들의 직·간접적인 성원이 어우러져 결실된 것으로 큰박수를 보내며 이를 계기로 발전의 가속도가 붙어 크게 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향 울진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 숨쉬는 보기드문 자연관광 지역이다.

지역 발전에는 항상 개발과 보존이 맞부딪히게 마련이다. 난개발이 되어 후회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푸른바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명사십리, 산과 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촌마을이 조화롭게 유지 발전되어야 한다.

전문가 그룹에 많은 자문을 받아야하고 여기에는 도시계획, 환경, 문화재, 건설, 해양, 조경등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여 종합적인 시각에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것이며, 또한 고향을 아끼는 우리모두는 고향발전의 주체가 되어 동참할 때 아름답고, 가면 갈수록 더욱 가고파지는 내고향 울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밤이 깊었다. 꿈속에라도 고향에 가고싶다. 어린시절로 돌아가 산으로, 바다로, 들판으로 마음껏 뛰어 놀고 싶다.

산과 바다가 더욱 푸르고, 고향분들 모두가 희망찬 가운데 건강하시길 바라며 고향편지를 맺는다.

---------------------------------------------------------------------------

기성면 다천리 출생, 평해초등, 평해중 졸업, 공학박사, 건설기술사, 부산공업대학교 교수, 학생생활연구소장, 학생처장, 부경대학교 전 총장
수 상 : 대한토목학회 학술상, 공로상, 자랑스런 동아인상, 자랑스런 부경인상, 국민훈장 모란장
현 재 : (주)다천 대표, 한상숙건설기술연구소장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