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본사 주최, 제1회 전국여자아마 시니어 최강전 우승자)


 

여름날 산포리 바닷가 파도 소리.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드는 구불구불길 불영계곡.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늘 울진이 그리운 나.

그곳에서 바둑대회개인전이 개최된다고 한다.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망설임 없이 참가신청을 했다. 아마여류바둑대회가 지부별 단체전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울진신문사에서 주최하는 개인전 대회는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대회 2주전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서울과 경기도에서 열리는 바둑대회가 하나씩 취소되었다. 거기에 더해 울진대회 직전, 동해안 쪽으로 태풍 ‘미탁’ 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회 3일전부터 울진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는 고향친구들 단톡방 메세지를 보며, 대회 취소가 걱정되었다.

울진에서 역대 최고 비가 왔다는 뉴스를 보고, 울진지역에 비 피해가 너무나 걱정되었다. 취소가 되어도 아쉽지만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대회장 변경 안내를 받았다. 아, 진행되는구나!

요즘 나는 승부는 내려놓은 상태다. 인공지능 바둑을 보면 완벽한 거 같다. 나는 인간이기에 유리한 바둑을 어처구니없이 지기도 하기에, 바둑을 처음 접하고 너무나 재미있었던 초심으로 돌아가 즐기면서 두려고 한다.

1국을 이겼다. 휴, 다행이다! 2국. 3국. 4국. 기록 판에 승승승승 한 판 한 판 두다보니, 어느새 결승까지 올라와 있었다. 아, 준우승은 하는구나! 마음이 놓이려 하는 데, 한국바둑여성연맹 회장님이 오셔서 대국 전 “이번 판을 지면, 준우승자와 3~4위 순위 결정은 앞에 둔 대국자 상대점수와 연장자 순으로 결정된다.” 고 했다.

만일 이 판을 지게 되면, 참가한 다른 선수들 보다 나이가 어린 나는 순위에서 많이 밀릴 수도 있었다. 마음에 힘이 들어갔다. 모든 스포츠 경기가 그렇듯, 바둑 또한 집중력과 멘탈 싸움이다.

결승전 상대는 타 대회서 몇 번 부딪힌 분이었다. 흑을 잡으면 내가 유리한 데... 돌가리기에서 백이 나왔다. 상대는 판 전체를 잘 운영하는 기풍. 나의 장점은 전투력.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으려고 귀를 놔두고 바로 걸쳐 갔다.

그런데 초반 그 분이 실수를 하셨다. 유리하게 시작된 바둑이 초. 중반 진행되었다. 나의 단점은 오버액션. 수를 정확이 읽지 않고 잔 수를 부리다 중, 후반 끝내기에서 몇 번 실수가 나왔다. 바둑이 마무리 되고 집계산에 들어갔다. 반면 빅. 백 6.5집 승.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나에게 우승이라는 행운이 찾아왔다.

내 고향 울진. 그립고 감사한 곳.
울진 곳곳에 ‘미탁’ 이 지나간 자리가 보였다. 수해 복구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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