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시인, 논설위원)

 

鬱鬱蒼蒼(울울창창)이라는 한자어가 있다. 이 鬱(울)자는 막혀 있다는 뜻이다. 산에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鬱鬱蒼蒼(울울창창)이라 하지 않고 蔚蔚蒼蒼(울울창창)이라 쓴다. 이 蔚(울)자는 아름답다는 뜻도 있다. 예부터 蔚珍(울진)이라는 지명유래에서 보듯이 아름다운 보배(珍)중 하나가 소나무 숲이다. 그래서 울진은 금강송 숲이 울울창창한 고을이다.

한편 소나무를 목공이라고도 한다. 소나무 송(松)자는 木(목)+公(공)이 합쳐진 말로 나무중의 으뜸나무라는 뜻일 게다. 으뜸소나무가 울진 금강소나무다. 글의 머리에 굳이 한자어를 들먹이는 것은 울진 대왕송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

소나무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 가운데 대한민국 으뜸 소나무는 울진의 명품 금강소나무이다. 금강소나무는 울진이라는 지명과 함께 그야말로 울진의 대표 보배이요, 울진사람의 기개를 나타내는 자존심이다. 금강소나무 국내 최대 군락지가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이다. 최근에는 십이령보부상길과 함께 금강소나무 숲길이 조성되어 있어 연중 탐방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 아름다운 숲길을 오르다가 새재 성황사에서 동북방향으로 두어 시간쯤 등산하면 만산을 굽어 호령하는 듯한 금강소나무 한그루를 만날 수 있다. 금강송면 소광리 산 11번지, 안일왕산성 천길 벼랑위에 그야말로 낙락장송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금강송, 일명 천년대왕송 또는 대왕송이라 칭한다. 나이도 600년쯤 되었다.

이 대왕송에 대해 이미 필자는 2차례나 울진칼럼(<2012.10.15. 안일왕산 대왕소나무여!><2018.10.30. 천년대왕송, 자연 그대로!> 에서는 산림청 당국이 설치한 인공물인 『목조 데크 철거』와 『안일왕산성 안내 표지판』 설치를 주장한바 있다. 왜냐하면 첩첩산중에 인공 목조 데크 설치로 일대의 자연스러움을 훼손함과 동시에 대왕송의 품격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안일왕산성은 울진의 고대 유적지이기도하다.

그런데 요즈음 안일왕산 대왕소나무에 대해 썩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 또 다시 들려오고 있다. 다름 아닌 대왕송 둘레에 설치했던 목조 데크를 철거하고, 이번에는 안일왕 토성 남쪽 부근에 둥근 마루판식의 데크 등 인공물을 설치하고 있다. 글쎄 왜? 탐방객들을 위한 무슨 휴식처라도 만들 주기 위함일까?

그곳에는 소나무 그늘과 토성자체가 평평해서 자연스레 지형물을 이용한 점심 먹기 등 휴식처가 된다. 쓸데없는 짓거리를 또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 또한 지난번 목조 데크 때문에 여론의 질타를 받은바 있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곳에는 탐방객을 위한 대왕송 둘레에 최소한의 안전 철책정도만 필요할 뿐이다. 또 하나, 당국에서 새로 세운 대왕송 등산로 표지판에는 대왕금강송, 보부천골, 삼거리, 두천리 등의 지명은 보이나 정작 『안일왕산성』 등에 대한 표지가 없다. 유적지에 대한 보호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산림청은 국유림을 국유림답게 관리하기를 바란다. 아무리 국유림 지역이라지만 안일왕산성 유적지와 천연기념물 서식지 생태를 함부로 훼손해도 되는가? 지난번 설치한 목조 데크 해체 등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 소광리 일대는 문화재청에서 산양의 보호를 위해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서식지로 지정·보호한 구역이다. 다시 한번 『안일왕산성 유래와 산양보호지역 안내판』 설치를 촉구한다.

우리는 이미 몇 년 전 유명 사진작가의 대왕소나무 훼손사건에서 보듯이 대왕소나무와 안일왕산성 일대는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다. 주변 일대를 훼손하는 것은 『유네스코 금강소나무 세계유산 생물권 보전지역 등재신청』 에도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대왕소나무와 둘레 생태환경을 괴롭히지 말라.
울울창창, 대왕소나무, 그냥 놔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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