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혜

 

 

축제가 시작됐다.
잘 꾸며진 정원에 울긋불긋 꽃들의 유혹도 대단하다.
포토존을 만들고,
꽃 닮고 싶은 사람.
나무이고 싶은 사람들이 꿈을 키운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울어 됐던 소쩍새와
흔들어 됐던 바람.
언 땅으로부터 물을 끌어 올리고,
양분을 얻기 위해 잔뿌리를 뻗어 나갔던
고통의시간은 잊은 듯,
꿈이라는 날개를 펴고 어디론가 날고 싶어 한다.
육순의 세월을 지낸 내 꿈도 덩달아 깨춤을 춘다.
첫 손자 생일날 판사봉 잡은 사건은 가족 모두의 꿈이 됐다.
더구나 작명가가 본 손자 사주는 그 꿈을 더 입증하게 했다.
이런 사주는 흔치 않습니다.
완벽해요.
물론 지금도 우리는 그 꿈을 향해 힘을 모으고 있다.
손자의 의견은 들어 보지도 않은 채.
첫째 손자 길후는 울진 초등학교 2학년이다.
의학용어로 약간의 자폐가 경계지점에 있어
5년 뒤쯤이면 평범해 질 거라는 진단도 있었다.
평범이라는 말이 꿈이 된 길후가 몇 일전 학예발표에 무대에 섰다.
가게를 비울 수 없어 궁금해 하는 할머니를 위해
며느리가 동영상을 보내왔다.
‘무사히 잘 마쳤어요’ 하는 문자와 함께.
동영상 속 손자 뒤에는 같은 색상의 옷을 입고,
큰 장갑에 함께 손을 넣어 아이의 율동을 주도하시는 선생님이 그림자처럼 계셨다.
무대 구성 중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아이와 함께,
동영상 마지막 즈음엔 큰 아들 내외의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이제는 머리를 혼자서 끄덕인다. ~
따라 하는 거 좀 봐!
지극히 사소한 평범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꽃을 피우는 소쩍새처럼,
할머니도 울었다.
기쁨과 고마움과 감사함의 눈물이 긴 여정처럼 흘러내렸다.
두 가지 길에서
많은 이들이 걸어간 길과,
아무도 가기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지의 선택의 두려움처럼
매일 매일이
조심스러운 아들 내외를 생각하며 눈물은 강처럼 흘러갔다.
길후야!
레오나르드 다빈치. 미켈란젤로. 베토벤. 뉴턴, 모차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많은 세계 위인들도 어린시절이 그랬어.
너의 꿈을 펼칠 세상의 시간은 아직도 백년 이상이 남아있어.
너를 믿는 가족이 있고,
도와주시는 선생님이 계시고,
편견의 세상도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꿈, 끼, 주인공은 바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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