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의 사노라면 (3)

 

‘아, 참 어렵다!’
누구나 한번쯤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어린이집을 운영할 당시 가장 많은 고민과 신중을 기했던 결정은 바로 ‘반 편성’이였다.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는 그게 뭘 그렇게 머리를 싸맬 일이냐 하겠지만.
요즘말로 그 작업은 정말이지 가성비가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는 작업이었다.
출생 월별로 나누는 것부터 남녀 성비를 맞추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의 기질과 선생님의 성향 및 부모님의 요구사항까지 반영하다보면 정말이지 머리가 터질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최선의 최선을 거듭한 작업을 마쳐도 늘 그랬듯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만남이라는 피드백이 온다. 그렇게 나는 신학기가 돌아올 때 마다 머리를 싸매고 반 편성이라는 이름의 주선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만남을 끌어내지 못했다.
‘아, 참 어렵다!’ 세상에 어려운 것이 참 많은데 그중에 많은 사람들이 꼽는 어려움이 바로 사람과의 ‘관계’라고 한다. 그 관계는 만남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어떤 만남에서 관계를 이어가야 우리는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내게 주방에 걸려있는 수세미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맵고 따가운 세제를 온 몸으로 품고 거품을 만들어 얼룩을 닦아내는 수세미.
어쩌면 정말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얼룩을 닦아낼 조금 불편한 만남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처럼 편안한 만남도, 불편하고 따가운 만남도 새해에는 거뜬히 맞이해 보자.
그래! 2020년 새해는 수세미처럼!

물처럼 순하고 편한 만남이 있습니다.
세제처럼 맵고 따가운 만남도 있구요.
어떤 만남이 되었든 모든 만남은 축복입니다.
마음을 따갑게 만드는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번 좋지 않은 감정을
울컥울컥 토해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되었든
그 사람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만남이라면
꼭 만나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때는 그만 밀어내고
용기를 내어 품에 꼬옥 안아보세요.
어쩌면 그 만남은 나를 위해 꼭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그 만남은 물로는 씻기지 않던 나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얼룩진 마음도 깨끗이 닦아줄 겁니다.
만남은 ‘선택’이 아닌 ‘품는 것’입니다.

               - 두 번째 70일의 기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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