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의 사노라면 (4)

 

뜀박질에 고무줄 놀이하던 코찔찔이 친구들이 이젠 모두 ‘엄마’ 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다들 직장에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뿜어내며 일했는데, 지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그런 모습은 없다.

아이가 울 때 아이보다 더 울고, 아이가 힘들어 하면 그 몇 배 힘들어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평소 육아는 보통일이 아니구나!’ 생각해 왔다. 어쩌다 친구들과 통화 하게 되면 곧잘 육아전쟁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제 때 밥을 먹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아이를 들쳐 안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는 친구 L양. 숨이 넘어갈 듯 우는 아이를 보며,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덜컥 겁이 났다는 P양.

서로가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자주 보지 못한다. 그래서 고향에 내려가면, 빠듯한 일정이라도 꼭 보고 온다. 내 상황과는 다르다고 함부로 말하는 건 아니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자면 육아는 그녀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사실인 듯 했다.

확신은 얼마 뒤 만남에서 더욱 확인됐다. 한 친구가 아이가 너무 어려서 맡기고 나올 형편이 안 된다며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친구도 오랜만에 보지만, 친구의 아이와는 첫 대면이라 사뭇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딩동~! 두근두근... 문이 열리고 마주한 친구의 모습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샤랄라~ 뻗쳐입은 예쁜 모습을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무릎 나온 바지에 늘어진 티셔츠는 무엇이며, 며칠 밤을 샌 건 지 가늠도 안 되는 어두운 얼굴빛에 턱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은 정말이지 적응이 안됐다. 그 와중에 가녀린 손목으로 아이를 받쳐 들고 이리저리 흔들며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어서와~” 해맑게 웃는 친구!

그 때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마치 자기를 위해 쉴 새 없이 안아서 어르고 달래는 엄마에게 고맙다는 듯이, 마치 세상에서 자기를 가장 사랑스러워한다는 듯이 바라 봐 주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내 자식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너무 이쁘지 않아?” 아이를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그 아이를 책임감 있는 사랑으로 육아하는 일, 친구는 모르긴 몰라도 천상 ‘엄마’ 체질인 것 같았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제목 중에도 ‘멜로가 체질’ 이 있었다. 처음 나왔을 때 참 재미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무 곳에나 체질이라는 말이 붙는구나! 했다. 나는 체질에 대해 타고난 체질이라서 잘하는 것도 맞고, 좋아하고 즐기다 보니 체질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라고 이해한다.


“아따! 체질에 안 맞아 가지고 몬하긋네~~” 하지말고, 그 일을 좀 더 사랑하고 즐기도록 노력해서 후천적 체질을 만들어 봅시다. 어떤 일을 체질화 하는 것 만큼 아름다운 성숙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울진신문 독자여러분! 새해 모든 맡은 일을 체질에 딱 맞게 해내시길 바라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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