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번 국도 개통에 부쳐> ...

 

태백준령 뚫은 터널과 까마득한 교각 위를 달리는 36번 자동차 전용 도로가 봄소식과 함께 개통했네

울진과 내성을 이어 준 십이령 보부상길 밀어내고 아버지 어머니와 시대를 함께 한 36번 신작로는 뒤안길이 되었구나

그 길은 왕피천 소광천 물길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며, 산촌의 수 많은 사연 실어 나르고 골짝마다 넘치는 전설을 품었네

그 길은 방망이 수류탄에 따발총 든 인민군이 소달구지 타고 넘어오고 국군과 초코렛 던저주던 미군이 지엠시 타고 넘어 갔던 길

그 길은 소학교도 못 다닌 아버지가 화전에서 일군 콩 짐 지고 백리길 걸어, 울진장에 팔고 간고등어 한 손 사서 돌아오던 길

그 길은 달랑 솥단지 이고 지고 바다건너 이민가는 결단으로, 일곱살 아들 앞세우고 울진으로 간 일가족이 걸었던 길

그 길은 열아홉에 집 떠난 소년이 팔십을 앞둔 지금까지 고향 찾아 들 때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맞아주었던 길

그 길따라 이어온 수 많은 인연들이 이제는 산골 풀숲에 묻혀가고, 그립고 보고 싶은 사라진 얼굴들은 구름따라 창공으로 흘러가네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