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봉우 내일신문 정치팀장(울진읍 출신)

선거가 끝난 지 벌써 20여일 됐다. 사람들 머리 속에 선거는 이미 까마득한 일이 되어 버렸다.

다들 먹고 살기 바빠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큰 쟁점을 남기지않은 선거이기 때문일 게다.

17대 총선 전체 흐름을 보자면,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그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은 거의 존립을 걱정할 정도로까지 떨어졌다가 겨우 기사회생 한 것이다.

하지만 울진의 선거는 전국의 흐름에서는 조금 빗겨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탄핵 후 여론조사과정에서 김광원 후보가 약간 휘청거리기는 했어도 다른 지역의 ‘핵폭풍’에 비하면 ‘미풍’에 지나지 않았다.

김중권 전 비서실장은 서울로 둥지를 옮겼다가 탄핵 후폭풍의 고비를 넘지못하고 고향으로 회귀했지만, 이미 많은 상처를 입은 터라 ‘예전의 김중권’은 아니었다.

선거가 끝나면 늘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번은 역대 어느 선거와 비교해도 별 후유증을 남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6대의 16표, 군수선거에서의 280여표 차이 등 그동안의 선거 결과는‘승자’도 ‘패자’도 흔쾌하지 않은 결과였었다.

‘조금만 더 힘을 썼으면’하는 패자측 지지층의 아쉬움은 늘 승자에 대한 불만으로, 갈등요인으로 남았던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김광원 후보는 무려 18,000여표 차이로 김중권 후보에게 이겼다.

김 의원은 울진에서만도 6,000표를 넘게 이겼다. 표 차이만큼이나승자와 패자, 승자를 지지한 후보와 패자를 지지한 후보간의 갈등의 골의 깊이는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래도 선거는 후유증을 남긴다. 패자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렇다고 해도 ‘승복하지 못할’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앙금을 치유할 명약은 승자의 겸손과 관용이다.

승자가 승리에 도취해 오만하면 작은 앙금이 더 큰 갈등이 된다.

반면 승자가 겸손하면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들도 마음속으로 패배를 인정하게 된다.

솔직히 이번 선거 결과는 김광원 의원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탄핵 후 일련의 과정에 대한 반사이익도 적지 않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후 충청과 호남이 ‘열린우리당 싹쓸이’분위기로 돌면서 영남은 거꾸로 이에 대한 견제심들이 크게 발동하기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의 힘만으로 이룬 승리가 아니라는 것’은 김 의원이 4년 임기 내내 새겨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광원 의원에 대한 지역민의 바람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건 김광원 의원이 울진에서 6,000표 이상의 승리를 거뒀다는 것은, 한나라당이라는 특수한 효과 외에도 또 다른 기대가 깔려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 울진은 도약하느냐, 제자리걸음을 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만큼 김 의원이나 군수 등 지역의 지도층 인사들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행히도 선거 결과는 한쪽으로 힘을 모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울진을 연결하는 도로·항공망,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해양수산단지 조성 등 이미 계획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이와 관련 김광원 의원도 여러 공약을 낸 것으로 안다.

이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울진-봉화를 연결하는 36번 국도 확대인 것 같다.
36번 국도 확포장과 관련해 군 내부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간에서 이견이 있다.

봉화까지 나온 길을 빨리 울진까지 연결하는 게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와 설계를 새로 하더라도 백두대간의 훼손을 최소화해 보다 좋은 환경을 후손에게 넘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전자는 건설교통부의 논리이고, 후자는 환경부의 논리라고 한다.

사실 이런 문제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은 있다고 본다.

『7번국도는 울진돈이 나가는 도로고, 36번 국도는 울진으로 돈이 들어오는 도로』라는 말이 있듯, 36번 도로 확대·직선화를 빨리 하는 게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울진을 위해서는 어떻게 생각해도 후자쪽이 정답일 수도 있다. 울진봉화간, 특히 불영계곡 같은 명소에 도로를 잘 내면 훨씬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흡입요인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단순한 철골구조의 다리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호주 시드니의 하버브리지는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

백두대간 구간 도로구간을 다시 설계해 진짜 터널도 잘 뚫고, 다리도 잘 놓으면, 세계적인 명소를 만들 수 있다면, 울진에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방법이 아닐까.

이런 문제들에 대해 김 의원은 군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부처를 설득시켜야 한다고 본다.

3선 의원이면 장관급이라고 한다. 장관만큼 힘을 쓸 수도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전제는 군민이 얼마나 힘을 몰아주느냐에 달려 있다.

앞서 김 의원에게 ‘승자이기 때문에 겸손해야 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강조했지만, 거꾸로 유권자들은 승자인 김 의원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힘과 지혜’를 모아줘야 한다.

선거의 앙금은 하루라도 빨리 털어버리자. 그리고 웅비(雄飛) 울진의 앞날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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