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울진군의회 이 모 의원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 올라왔다. 울진에서 9년째 사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청원자는 『이 어려운 시기에 사업장에 많은 사람의 생계가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사업을 취소시키기까지 하는 극악한 기초의원이 있다』 면서, 해당 의원이 그 직위를 이용해 담당 공무원에게 ‘내 말에 순응하지 않으면 사업장을 취소하라’고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해당 군의원의 관할(지역구) 마을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며 해당 의원이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모 의원은 『세간에 떠도는 얘기는 다 믿으면 안 된다. 내가 국민청원 글과 같이 일련의 일들을 외압하고 행사했다면 공무원들이 먼저 알 것이다. 앞으로 이에 대해 사법당국의 수사가 개시된다면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청원 소식이 관내에 알려지자, 이 모 의원에 대하여, 『저 따우가 의원이라고. 깜냥도 안 되는 것이, 또 그 사람인가. 사퇴운운』 등 여론이 들려온다. 깜냥은 능력을 갖춘 사람을 뜻하는 ‘감’(재목)에 헤아릴 ‘량’(量)이 합쳐진 것이다. 다시 말해 ‘깜냥도 안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능력이나 분수를 모르고 어떤 일에 나선 사람에 대한 평가인 셈이다. 지도자(리더)의 경우 품격과도 연관된다. 깜냥이 안 된다는 것은 지도자로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군의원에 대한 내용이 청원에 언급됐고, 해당 군 의원의 금품 요구 등도 적시돼 있어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고 밝혔다.

 

이 사건을 포함하여,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기초의회 일부 의원들이 보인 행태는 도를 넘어 실로 가관이었다. 이권 개입, 의장직 선출 담합, 해외 여행가이드 폭행 파동, 성희롱, 폭력, 막말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울진군 의회도 과거 의장선출 금품수수행위, 소나무 절도사건, 공영주차장 용지매입 청탁사건 등 도덕성과 자질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필자는 10여 년 전 본지 칼럼 『왜 정치인이 되었소. 2010.07.09』 라는 글에서 기초의원이 지녀야 할 품격을 10계명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지도자의 행태를 보면, 그 지도자를 선출한 유권자들의 시민의식을 알 수 있다』 는 말도 있다. 이것은 지도자를 통해 집단의 지성적 품격을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도자를 선출한 유권자들에게도 일정 정도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투표라는 절차가 언제나 옳지 않으며, 오히려 그를 선택한 집단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증명하기도 한다. 크게 봐서 한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은 국민의 민주 시민의식 수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잘못을 한 정치인 당사자의 책임은 명백히 밝혀야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성숙한다는데, 지방자치의 가장 풀뿌리인 기초의회는 정반대로 가는 것은 아닌지? 성숙과 발전은커녕 오히려 해가 갈수록 풀뿌리 민주주의의 뿌리를 기초의회 스스로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니 기초의회 무용론이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 풀뿌리 의원들이여, 당신은 깜냥이 되는가? 선출직 공직자로서 청렴하게 일처리를 하고, 그리하여 군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가? 하지만 기초의회 내에도 청렴하고 강직한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지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고, 민주주의의 진정한 풀뿌리를 이루어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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