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뙈기에 고추를 심으려고 할머니가 앞서 소 대신 쟁기를 끌고 할아버지는 뒤에서 쟁기질로 흙을 뒤엎으며 고추밭 이랑을 만든다.

골을 타고 고추를 심어 가을걷이라도 하면 객지에 나가 고생하는 자식들에게 보내 주려는 것일까? 쟁기보습과 흙덩어리 사이에 강인하면서도 힘든 삶의 여정이 비친다.

온힘을 다해 쟁기를 끌면서 내뱉는 일흔살 할머니의 거친 숨소리가 일평생 자식들을 위한 이랑을 일궈온 듯 고단한 연가로 들려온다.

앞서가는 힘든 발길따라 새로 생겨나는 한 이랑, 또 한 이랑에 할머니의 칠십 평생이 질펀하게 녹아난다.

[촬영] 울진읍 고성1리. 권연옥(여·70세), 심근수(남·63세)
/이명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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