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작·간작 순환농법 정착
지렁이 토사물 퇴비 활용
북한과 함께 지구상에 유이(唯二)한 사회주의 국가 쿠바가 ‘유기농 강국’으로 급부상한 데는 외부적 요인이 컸다.
1991년 구 소련의 해체와 미국의 경제봉쇄 조치로 수입에 의존하던 연간 100만t의 화학비료와 200만t의 사료작물, 2만t의 농약, 농기계 부품 등 공급이 끊기자 ‘식량자급 캠페인’ 차원에서 친환경유기농법으로 대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정부 주도아래 대규모 국영농장은 소규모 가족농 중심의 유기농업 체제로 바뀌었고, 도시의 관공서나 주택 사이의 공터에 유기농산물을 심는 ‘도시농장’이 만들어졌다.
90%에 달하던 국영농장은 개인이나 조합에 무상·유상으로 임대돼 2002년 말 현재 20%로 떨어졌고, 협동농장과 개인농장이 20%, 가족농가 협동체인 UPBC가 60%를 차지한다.
쿠바의 유기농은 ‘지렁이 농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분변토(지렁이가 내뱉은 비옥한 토양) 공급을 통한 흙 살리기에 중점을 뒀다. 말 구유와 같은 통에 흙을 담아 화단처럼 만든 뒤 그곳에서 나오는 지렁이 토사물과 미생물을 퇴비로 사용한다. 이런 화단은 도시 공터나 학교 운동장 등 곳곳에서 눈에 띈다. 또 윤작, 간작, 휴경작 등 순환농법을 정착시켰고 과학자들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각종 전통농업기술과 자재를 재발굴, 현대 과학기술과 접목하는 데 앞장서도록 했다. 연구 결과는 농민들의 참여하에 농업 현장에서 직접 검증된다.
해충제거도 자연이 담당했다. 인도에서 수입한 님(Nim)나무를 전국에 보급해 해충을 없앴고, 농장 주변에 해충이 기피하는 식물을 심는 등 천적을 활용한 자연방제를 유도했다.
10년여에 걸친 쿠바의 유기농업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유기농업 이전 43%에 불과했던 식량 자급률이 100%를 이뤘고, 유기농재배 커피, 과일은 비싼 가격에 수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