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작·간작 순환농법 정착
지렁이 토사물 퇴비 활용

[세계일보 2004년 9월 15일자 기획면]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업의 성공사례로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쿠바다. 유기농업인과 환경단체들 사이에서 쿠바는 ‘유기농의 메카’로 불린다.
북한과 함께 지구상에 유이(唯二)한 사회주의 국가 쿠바가 ‘유기농 강국’으로 급부상한 데는 외부적 요인이 컸다.

1991년 구 소련의 해체와 미국의 경제봉쇄 조치로 수입에 의존하던 연간 100만t의 화학비료와 200만t의 사료작물, 2만t의 농약, 농기계 부품 등 공급이 끊기자 ‘식량자급 캠페인’ 차원에서 친환경유기농법으로 대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정부 주도아래 대규모 국영농장은 소규모 가족농 중심의 유기농업 체제로 바뀌었고, 도시의 관공서나 주택 사이의 공터에 유기농산물을 심는 ‘도시농장’이 만들어졌다.

90%에 달하던 국영농장은 개인이나 조합에 무상·유상으로 임대돼 2002년 말 현재 20%로 떨어졌고, 협동농장과 개인농장이 20%, 가족농가 협동체인 UPBC가 60%를 차지한다.

쿠바의 유기농은 ‘지렁이 농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분변토(지렁이가 내뱉은 비옥한 토양) 공급을 통한 흙 살리기에 중점을 뒀다. 말 구유와 같은 통에 흙을 담아 화단처럼 만든 뒤 그곳에서 나오는 지렁이 토사물과 미생물을 퇴비로 사용한다. 이런 화단은 도시 공터나 학교 운동장 등 곳곳에서 눈에 띈다. 또 윤작, 간작, 휴경작 등 순환농법을 정착시켰고 과학자들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각종 전통농업기술과 자재를 재발굴, 현대 과학기술과 접목하는 데 앞장서도록 했다. 연구 결과는 농민들의 참여하에 농업 현장에서 직접 검증된다.

해충제거도 자연이 담당했다. 인도에서 수입한 님(Nim)나무를 전국에 보급해 해충을 없앴고, 농장 주변에 해충이 기피하는 식물을 심는 등 천적을 활용한 자연방제를 유도했다.

10년여에 걸친 쿠바의 유기농업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유기농업 이전 43%에 불과했던 식량 자급률이 100%를 이뤘고, 유기농재배 커피, 과일은 비싼 가격에 수출되고 있다.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