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사 - 조영환

울진신문이 탄생된지도 벌써 13년이나 된다. 전국적으로 연간 수백 개의 지역언론들이 명멸하는 어려운 현실에서, 울진신문이 13년을 이어왔다는 것은 절대로 단순한 사실이 아니다. 단과 속의 여우곡절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오늘날의 울진신문이 살아있는 사실은 울진이 가진 지식과 정보 수집과 소통 역량의 총체적 표현이기도 하다. 인접 군들에서 지역신문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울진신문의 존재 자체가 울진지역의 한 자랑이기도 하다. 잘하든 못하든 우리 지역의 소식들을 주민들에게 수집해서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다. 지역언론이 살아남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두 가지의 양식이 필요하다. 그것은 건전한 재정과 주민의 지지이다. 재정적 요건이 지역신문의 육체가 살아남는 양식이라면, 지역주민들의 관심은 지역신문이 살아남는 영혼의 양식이다. 그런데 재정보다 더 우선적으로 지역신문에 필요한 생존의 조건은 역시 지역주민의 관심과 지지이다. 지역주민들의 지지와 비판이 사라진 지역언론은 이미 생존을 위한 최초의 정신적 씨앗이 사라진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사라진 지역신문은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역사는 헤겔이 말한 것처럼 정신의 활동이 전개된 것이다. 마르크스가 강조한 것처럼 인간사에서 물질적 조건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역시 인간의 정신적 활동이 물질적 조건들을 많이 만든다. 올바른 정신을 갖고 있으면, 장기적으로는 올바른 물질적 조건도 조성되는 것이 인간사이다. 아무리 물질적 조건이 정신적 성향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역시 인간은 정신적 의도나 역량에 따라 물질적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존재이다. 인간을 말살시킬 수도 있는 원자폭탄도 인간의 정신활동이 만들어낸 한 작은 부산물에 불과하다. 그런데 정신적 편견은 육체적으로 편식을 낳는다. 편향적 시각은 파벌을 만들고 결국 재정적 파탄까지 몰고 올 수 있다. 성경에 마음이 온유한 자는 땅을 차지한다는 구절이 있다. 부자는 개처럼 포괄적이다. 포괄적인 정신만이 포괄적인 물질적 환경을 만들 것이다. 울진의 현안들에 대한 소식들을 포괄적으로 보도해야, 본사의 재정상황도 풍부하게 될 것으로 본다. 본사의 선호하는 성향과 의도에 따라 사건들을 왜곡시키지 않고 그대로 보도한다면, 울진신문은 더 다양하고 폭넓은 주민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울진에는 원자력 시설이나 유기농 엑스포 같은 큰 현안들을 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중대사안들에 대해서 본사는 가능한 한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을 것이다. 편견은 언론을 죽인다. 있는 것을 있다고 시인하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특히 자신의 성향과 다른 사람이나 세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지금 원자력 시설을 끼고 사는 울진에는 상대를 없다고 부인하려는 배타적 세력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편견에서 발생된 갈등이다. 자신이 다 보지 못하는 것들을 상대가 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본지는 지역에서 발생되는 모든 갈등에 연루된 경쟁자들의 의견을 언제든지 보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울진신문은 빈 그릇이고 깔아놓은 멍석이다. 누구의 생각도 본지에 담길 수 있고, 어떤 주장도 본지에서 주장을 할 수 있다. 모든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언론도 어쩔 수 없이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언론사들은 대통령선거 막판이 다가오면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 즉 언론사의 편을 확실하게 대중들에게 알린다. 우리 나라는 아직도 언론사에 중립을 많이 요구한다. 가능하다면 언론은 중립인 것이 좋다. 울진신문은 중립을 지키기 힘들 경우에 갈등하는 세력들의 양측을 모두 말하게 함으로써, 중립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울진신문은 울진 뿐만 아니라 지역신문들 사이에서도 대표적인 지역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되어서 알려진 것보다는 질이 좋아서 알려지는 신문이 더 좋다. 본지도 다른 지역신문들처럼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 주민들의 적극적 재정적 도움이 없으면, 언론의 정론정신도 위축된다. 흔히 말하듯이, 돈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 지식사회학이 가장 주목하는 것처럼, 돈은 힘과 지식과 정보를 만든다. 힘과 돈이 우리지역의 정보를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주민 여러분들이 소소하게 본지에 애정을 표현해 주어야 한다. 울진신문은 지역의 현안을 피하지 않고 보도함으로써 군민들의 성원을 더 받도록 노력할 것이다. 울진군의 행정에서 좋은 것은 좋다고 하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신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군민들의 의견과 이익은 구석구석까지 놓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관에는 엄격하고 민에는 자상한 언론으로 남으려고 한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울진신문이 13주년을 맞이할 동안 물심으로 지원해 준 애독자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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