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부치는 편지-서른번째

   
情으로 사는 故鄕
故鄕 그 곳에선
힘든 세월을 살아가면서도

三冬볕 나누어 쬐고 쌀 한 톨도
나누어 먹으며
오손도손 정답게 살아온 곳

故鄕 그 곳에선
한 번 주면 정 없다며
꼭 한 번씩  밥술 뜨고

다시 한번 더 떠주어
밥보다 더 진한 情이 영글던 곳
故鄕 그 곳에선 담장 너머로
호박죽 그릇과 고구마 감자
바구니가 오가던 곳

그 곳이 내가 살던 잘미라네

청운의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온지 어언 33년!
옆 뒤 돌아볼 틈 없이 정신없이 달려온 세월! 이것이 나의 서울생활이 아니었던가 생각됩니다.

이제 타임머신을 타고 40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고자 합니다. 내가 자란 마을은 근남면 구산2리 外城山(외성산) 岑味(잠미) (바깥잠미) 마을 입니다. 지금은 그 당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지나오면서 부르기 좋게 지금의 잘미로 불러 오지 않았나 생각 됩니다.

현 구산2리 이장님이신 곽임택(필자의 친형)씨에 의하면, 잘미의 유래는 1530년경 삼척 김씨가 우리 마을에 처음 이주하여 터전을 잡았다고 합니다. 저의 어린시절 당시는 곽씨, 주씨, 진씨, 김씨, 반씨의 네 성씨로 구성 되었습니다.

성산이란 말은 사방이 산으로 성곽과 같이 둘러싸여 있다는 뜻이고, 갈구무지 앞에는 “배잠사”라는 절이 있었고, 앞들에는 배를 띄웠을 정도로 큰물이 흘러서 앞뜰을 지나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잘미는 풍수학적으로 보면 큰 인물이 날 수 있었는데, 앞산 물명산과 남수산의 화산으로 마을 지형이 약간 변형되어서 아직은 큰 인물이 배출되지 못했지만, 노력만 하면?  지금도 큰 인물이 충분히 배출될 수 있는 기운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방이 아홉 산(九山里)으로 둘러 싸여 있는 그저 고요한 어머니 품속 같은 자태를 간직하고 있지요. 아주 옛날 불영계곡도 폼 잡고 잘미 뒷내 왕피천 계곡을 구경하려 왔다가 수려함과 크기에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이고 돌아갔을 정도로 잘미 뒷 내(川)는 그 당시 1급수의 수질을 자랑했고 경관이 아름다웠었지요.

어릴 때 추억중에서  그 당시의 우리 마을의 엄격했던 금기 문화 중에서 유교문화가 비교적 엄격했었습니다. 비근한 예로 남자 어린아이나 어른 앞에는 절대로 여성들이 먼저 지나가지 않았고 남성들에 먼저 양보해주는 남성 우선주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저 역시 서울 와서 저의 앞길을 먼저 지나가는 여성을 발견하면 한 동안 미리 뛰어가서 제가 먼저 지나가는 웃  지못할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또한 잘미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통해 오늘의 서울생활에서 교훈으로 삼은 대표적인 이야기 세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매년 여름 방학이면 마을 소 떼를 몰고 앞산 동산미기(마을앞산)나 너우 내(왕피천 상류를 지칭함)를 지나 산속 초지를 찾아 방목했다가 해질 무렵 모두 찾아서 각자의 집으로 다시 몰고 왔던 그런 생활을 통해서 단체활동과 협동정신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힌 것 같습니다.

둘째, 역시 여름, 겨울방학 때 지게지고 시장에 내다 팔 장작이나 땔감을 마련하러 십리길 이상 깊은 산비탈을 누비면서 장만하여 등에 지고 집으로 오노라면 정말 무겁고 항상 배고픔에 가장 힘들었지요. 우리는 여기서 극한상항을 쉽게 극복하고 적응할 수 있는 극기심과 도전정신을 배웠었지요.

셋째, 여름철 가뭄 극복을 위해서 봇 물길을 만드는 봇도랑 공사(수로공사)를 할 때나 ,모내기 할 때 서로 주고 받았던 품앗이 제도와 상부상조 정신 등도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학습활동의 장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1972년 4월16일 어머니(지금은 이 세상에 안계시지만)께 서울가서 꼭 성공하여 금의환향(錦衣還鄕)하여 오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 청량리 역전에 내렸을 때, 두려움 보다는 정말 청운의 꿈을 펼쳐보고 싶었습니다. 

아마 그 당시 그런 배짱은 어릴 때 체험했던 극기심과 도전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믿습니다. 아마도 저가 벤처대학원에 입학하여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올해 마칠 수 있는 것도 모두 고향 잘미의 힘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서 그 당시의 그러한 열악한 환경들을 통해 잘미 인이면 누구나 벤처정신을 자연스럽게 터득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필자 약력: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예정(2005)/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제4대 원우회 회장역임/경영지도사/
호서전문학교 겸임교수/
그린종합통상(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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