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부치는 편지서른한번째

   
고향」이라하면 그리움과 동격입니다.
가까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멀리 있고 멀리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가까이 있는 곳이기에 고향 찾아가는 길은 항상 몸보다 마음이 저만치 앞서 갑니다.
푸근한 공간이 있고 건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겠죠.

예전 같지 않은 쓸쓸한 고향길이지만. 생각만 해도 가슴시리도록 그리운 것은 부모님이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편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뒤 돌아볼 틈도 없이 달려오다 이제야 한 숨 돌려 내 생의 울타리가 되어준 내 고향의 풍경을 그려봅니다. 어릴 적 돌담 너머로 주저리 주저리 많이도 열렸던 아름드리 감나무. 손 때 묻은 많은 것들이 이젠 없지만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장날이면 먼 길 다녀온 어머니보다 보따리 속의 왕방울만한 눈깔사탕을 더 기다렸던 시절. 힘든 어머니를 뒤로 한 채 한 입 가득 사탕을 물고 아껴 먹으라는 어머니 말씀은 들리지도 않았지요.

한 가지 아름다운일은 작년에 어릴 적 소꿉친구들이 초등학교동창회를  가졌습니다. 지금은 폐교가 되었지만 조그만 분교에서 3년 이상 가르치신 은사님(김용강선생님)을 수소문하여 찾아뵙고(충북 영동) 서로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가졌었죠. 선생님은 학생들 뿐 아니라 동네 분들과 각별하게 지내셨기에 이집 저집 어르신들의 안부를 챙기며 옛 시절의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셨지만 그 시절의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아직도 아이들과 함께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우셨습니다. 이렇듯  조각조각 이어지는 추억들이 아픔이든 즐거움이든 무언가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바쁜 생활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무언가를 느끼고 사는 법을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각박한 현실에 사는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가슴으로 보는 법을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많은 어려움들이 생활을 불편하게 할지라도 내 주위에는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고향의 내 집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있듯이, 내 삶 속에 오아시스 같은「고향」이라는 울타리가 나를 지켜줍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비로소 부모님의 사랑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무조건 주었을 뿐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정녕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미래의 그릇에 희망의 열매로 피어날 것입니다.  고향에 계시는 모든 부모님들께 시집간 딸을 대신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서울로 시집을 오면서 훌쩍 떠나온 고향은 항상 꿈길을 헤메이게 합니다.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친정 부모님에  대한 효도는 물질 보다 마음뿐 입니다. 아마도 시집간 모든 딸들의 마음이겠죠.

꽃은 움직이지 않지만 그 향기로 인해 모두를 돌아보게 하듯이 하늘과 땅, 자연과 사람, 함께 어울려 사람답게 사는 동네, 자연의 숨소리, 사계절 펼쳐지는 자연의 하모니, 배웅하는 친정어머니의 젖은 목소리가 빨리 고향으로 돌아오라 합니다.

모두가 보고 싶습니다. 항상 웃음 짖는 날만 있기를…. 고향의 아름다운 소식만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울진읍 대흥리 출생, 울진 여중고졸업, 경기도 구리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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