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편집국장

을유년 한 해가 마감되고 있다. 매년 이때 쯤이면 지나간 일들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내일을 생각해 본다. 나는 지금까지 현 정부의 몇가지 정책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고 수긍해 왔다.

늦었지만 친일의 역사를 사실대로 정리하여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자는 일이 그 하나다. 그것이 어떤 이들의 과거를 들추어 응징하고 처벌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누가 이 나라를 지켜왔고, 해악을 끼쳤는 지를 밝혀 역사의 심판에 맡기는 것은 민족의 영속성에 대한 고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 나라의 인구와 경제,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한 수도권이 비대하여 장차 동맥경화증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행정수도 이전사업, 그 위치가 정치적으로 결정된 감이 있지만, 나는 이 국가적 정책에 대해 지지를 보낸다.

이 정책의 반면에는 지방이 있다. 그 정책의 일환에는 지방분권화 정책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이 있다. 모두가 지방을 살리고 국토를 균형적으로 발전시켜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현 정부의 올바른 의지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수도권에 대규모 공장들을 수도권에 배치하기 위한 수도권 규제완화 시책을 추진하고 여야 핵심부에서 이를 수용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는 데, 이것은 진정으로 국가와 이 민족을 위한 일이라기 보다 정치적인 득실의 이해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보면서 크게 실망하고 있다.

내년 5월에는 전국적으로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울진에서도 벌써부터 출마할 여러 사람들이 자천 타천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출마를 하려는 사람들은 이제 왜 자기여야 하는 지를 주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 지를….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말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먼저 간파하지 못한다면 또 한번 실망할 것이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중앙 정치인들 마져도 이 민족과 겨레의 미래 보다는 자신들의 이해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발상하고 처신하고 있음을 볼 때, 하물며 울진은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울진은 한나라당의 세력이 압도적이다. 그리하여 한나라당의 공천은 바로 당락이 결정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김광원위원장은 공천심사의 기준을 순차적으로 당 공헌도, 자질, 당선가능성을 들고 있다. 이는 가장 적절하고도 이상적인 기준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상당한 오류에 빠질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당 공헌도라는 것은 김위원장의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으며, 물론 그 분의 판단에 찬의를 보내지만, 자질이라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다. 그리고 당선가능성이라는 것은 개인적 인기도이다. 결국 울진에서의 당선자들은 대부분 개인적 명성과 한나라당의 조직력에 의해 만들어 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초의원들까지 정당에서 공천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펼 때. 나는 반론폈다. 우리나라 기초의회는 후견인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개인적 인기에만 의존 선출된 의원들은 대개 주민들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1차 후견인 차원에서 후보자들을 걸러주고, 이들의 활동에 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울진의 김광원의원은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잘 해 낼 수 있는 경륜과 능력을 지닌 정직 소탈한 분이시다. 그렇지만 김위원장의 공천기준에 무엇보다도 정직·도덕성이 최우선 되기를 희망한다.

한때 내가 좋아했던 도올 김용옥교수는 나라를 망치는 사람들은 머리가 좋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했다. 나는 이 말에 크게 공감하고 지금도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정직하고 도덕적이지 못할 때, 그의 능력 만큼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제 몇 달 뒤에는 또 4년간 울진을 이끌어 갈 선거직 공직자들이 선출된다. 이들의 재임기간은 4년간이지만, 그들이 끼친 영향은 백년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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