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은 적으나 간접적으로 배출 원자력산업계 이를 내세우나 우라늄, 재원조달에 한계

독자 여러분에게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본지에서는 창간 15주년 특집기획물 시리즈 제 2편으로 “울진원자력 관연 안전한가?” 편을 게재한다고 안내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집중취재를 위해 이 분야에 전문전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시민단체 환경연합 측에는 원자력 발전의 불안전성에 대해, 울진원자력 측에는 안전성에 관한 관련자료나, 기고글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울진원자력 측에서는 안전성에 관한 자료를 보내왔는데, 전달과정이 잘못되었는 지 환경운동연합 측에서는 원자력은 지구온난화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울진원자력 불안전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의 기고글이 도착하였습니다.
그러나 환경연합의 이상훈 정책실장이 쓴 “원자력은 기후변화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기고 글은 원자력 관련 글로서, 다시 받을 시간적인 여유가 없고, 원자력과 공생하는 울진사람들이 읽어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내용입니다.
본사에서는 원고료도 지급하지 못하는 처지에서 심혈을 기우려 써 보내준 이 실장의 수고에감사하는 마음도 가득한 외면할 수 없는 입장에서 그대로 먼저 싣기로 결정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울진신문 편집국

 

   
  
      환경운동연합회 정책실장  이 상 훈
1995년부터 매년 수천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환경회의가 바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다. 회의장 복도에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연구소, 기업집단 등이 저마다 기후변화에 관한 자신들의 주장들을 쏟아낸다. 그곳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원자력은 기후변화 해결의 일부분”이라는 현수막을 내건 원자력산업계의 부스이다. 
 원자력발전이 처음 등장한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이 늘어나는 세계 에너지수요를 충족할 값싸고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로 장려되었다. 1954년 미국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루이스 스트라우스(Lewis Strauss)는 원전이 ‘검침비용 보다 싼’ 전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20년 후 197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00년까지 백만킬로와트급 원전 4,450개가 가동될 것이라 장밋빛 전망을 내 놓았다. 하지만 이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금 전세계에 가동 중인 원전은 국제원자력기구 예측의 10%에 못미치는 442개에 불과하다.
2002년 말에 32개의 원전이 건설 중이라고 했지만 이중 상당수가 15년 이상 ‘건설 중’ 목록에 있는 것으로 아마 완공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는 원자력산업계의 구명줄로 인식되고 있다. 원자력산업계는 기후변화가 쇠퇴하던 원자력산업의 부흥을 가져올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바램처럼 기후변화가 원자력의 구명줄이 될 지는 불확실하다. 2000년 네덜란드 헤이그 기후회의 2001년 독일 본 기후회의에서 원자력산업계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국가 간 협력체제에 원자력발전을 끼어 넣으려 부단히 애를 썼지만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대로 이런 시도는 무산되었다.
본 회의에선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 협력사업에서 원자력을 자제하고 삼가한다고 결론이 났다. 물론 그렇다고  호락호락 물러설 원자력산업계가 아니다. 러시아, 일본, 캐나다 같은 국가들은 국가 간 온실가스를 줄이는 협력사업의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을 포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원자력산업계는 입을 모아 원자력발전을 ‘환경적으로 필수불가결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원자력산업계는 교토의정서의 유연한 조치 중에서 특히 청정개발체제(CDM)를  개도국에서 원전을 확대할 절호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교토의정서의 1차 공약기간(2008-2012)이 끝난 후 2차 공약기간이 시작되는 2013년부터 교토메커니즘에 원자력발전이 포함되도록 치열한 로비를 하고 있다.
일본이 그 선두에 서 있다. 2004년 10월, 일본 경제통상산업성(METI)은 원자력발전을 청정개발체제(CDM)에 활용하는 권고안을 포함한 기후행동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영국의 토니블레어 수상도 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원전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원자력산업계를 옹호하는 세계에너지협회(WEC)는 원자력발전이 온실가스배출을 줄이는 최선은 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몇 가지 그릇된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력이 생산되는 핵분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의 다양한 단계, 즉 채굴, 우라늄 농축, 발전소 건설과 해체, 방사성폐기물 처리와 보관 등에선 화석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 원자력도 간접적으로 어느 정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독일의 저명한 생태연구소가 1997년에 발간한 생애주기평가(lifecycle assessment)에 따르면 원자력은 1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을 생산하면서 35그램의 이산화탄소를 생산한다. 이것은 가스복합발전에 비해 1/12, 석탄화력에 비해 1/30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자력산업계의 믿음이 진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풍력발전이나 수력발전은 이것보다 더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런데 스토름과 스미스가 수행한 최근의 연구에선 가스복합발전이 원자력에 비해 약 3배 정도만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추정되었다. 0.1% 우라늄 광석을 이용할 경우를 가정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라늄 추출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공정이다. 현재 지구 평균 우라늄광석의 우라늄 함유량은 0.15%이다.
 원전이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지만 원자력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지구에서 전력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선 온실가스 배출에서 에너지부문의 비중이 83.5%이고, 그 중에서 전환부문(발전)이 30%를 차지하니 양으로만 치면 약 24%의 온실가스가 발전과정에서 배출된다. 전력생산을 원자력으로 다 바꾼다 해도 원자력은 기후변화 완화에 약간의 기여만 할 따름이다.
 결과적으로 화석발전을 원자력으로 대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원전이 필요한가? 온실가스를 상당히 줄이기 위해선 100만킬로와트급 원자로 2천기가 추가로 필요하다. 미국에선 다음 30-50년 동안 2배에서 3배의 원전이 필요하다.
폐쇄될 기존 원전을 생각하면 미국에서만 300-400기의 새 원자로가 필요하다. 원자로 하나를 건설하는데 최소 2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용 조달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령 비용이 있다고 해도 지난 20년간 원자로가 고작 15기 세워진 것을 고려할 때 기술적으로 이런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
 전기뿐 아니라 열생산까지 고려하면 원자력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원전을 비롯한 기존의 발전소는 효율이 35-55%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널리 확산되는 가스복합열병합발전은 폐열을 난방에 이용하여 효율을 90%까지 높이고 있다. 일정지역에서 전기 한단위와 열 두단위가 필요하다고 할 경우 원자력으로 전력을 생산하면 석유 같은 화석에너지로 열을 생산해야 한다.
그런데 가스열병합발전의 경우 필요한  전기 한단위와 열 두단위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이 경우 화석에너지 소비량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원자력 천국 프랑스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원자력도 다른 열병합발전처럼 기술적으로 폐열을 지역난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도 원자력발전소가 인구밀집지역 주변에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현실성이 없다. 원자력열병합발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핵분열을 위한 연료공급이 충분하다는 것도 또 다른 신화이다. 원자력청(NEA)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세계 우라늄 매장량은 350만톤이다. 지금 전세계 원자로에서 매년 6만7천톤을 소비하고 있으니 지금 추세라면 앞으로 50년 정도 원전을 위한 우라늄 연료 공급이 가능하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폭넓게 추정하면 우라늄 매장량이 1,440만톤까지 늘어난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채굴 비용이 너무 비싸 경제적으로 실용적이지 않고 품위가 낮아 발전용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일부 학자들은 해양에 우라늄이 풍부히 존재한다고 하지만 해수의 우라늄 함유량은 0.0000002%에 불과해 추출하고 농축하는데 드는 에너지가 원자력발전에서 나오는 에너지보다 더 많을 것이다. 현재 가채매장량을 기준으로 화력발전을 원자력으로 대체할 경우 우라늄 연료의 공급은 2-3년만 가능하다. 원자력을 두 배로 늘릴 경우 우라늄 공급은 25년에 불과하다. 
 그래서 원자력산업계가 목을 매는 것이 바로 고속증식로이다. 원자력산업계는 고속증식로가 원자력발전의 수명을 엄청나게 연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속증식로는 연료로 원자력발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과 우라늄238을 사용한다.
플루토늄은 인간이 알고 있는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로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고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된다. 이런 구상이 실현되면 사용후 핵연료의 플루토늄과 천연 우라늄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우라늄238을 이용하게 되어 원자력은 지금보다 100배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수 십년 간 막대한 투자와 연구에도 불구하고 고속증식로는 실패로 귀결되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처음으로 상업용 고속증식로를 가동했으나 곧 폐쇄하였고 독일에서는 거의 30년 동안 수십억마르크의 공사비를 투입한 끝에 완공한 증식로를 1991년 3월 스위치도 올려보지 못하고 폐쇄했다.
영국의 고속증식로와 프랑스의 쉬뻬르-페닉스도 마찬가지로 잦은 고장과 사고로 영구 폐쇄되었다. 일본 몬쥬의 시험용 고속증식로도 1997년 액체나트륨 누출사고가 일어나 가동이 중단되었다. 고속증식로의 상업화가 시작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상업적으로 운전 중인 고속증식로는 없으며 고속증식로 개발에 대한 희망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새로운 신화를 창조할 태세로 고속증식로를 상업화하겠다는 계획에 막대한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다. 
 원전이 경제적이고 기후변화에 실용적인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도 신화의 한 축을 구성한다. 원전의 경제성에 대한 지루한 논의를 젖혀두고 이산화탄소 줄이는 비용을 기술별로 비교해보면 원전은 가스복합열병합발전, 단순한 에너지 효율 향상, 풍력,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 수력 등보다 비용이 더 든다. 낮게 잡아도 가스열병합발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열거된 모든 것들은 원전이 아닌 기후변화의 실용적인 대안들이다. 기후변화종합대책에서도 원전을 부각하진 않는다. 원전은 기후변화의 해결책으로 옷을 갈아입기 전에 원자력 안전, 방사성폐기물 처분 같은 태생적인 환경과 안전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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