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 제6회 미당문학상 수상

 

지난달 하순 지역출신의 작가 김혜순(51)씨가 시작 '모래 여자'로 여성 최초 제6회 미당문학상 수상작가로 선정됐다.

시부문 미당문학상 상금은 3000만원으로 국내 최고 액수다. 24명의 심사위원이 8개월 동안 문예지 78종을 검토했다. 시상식은 10월 27일 오후 5시 중앙일보사에서 열린다.

김혜순씨는 한국의 여성시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시인은 지난해 여름 고비사막으로 여행을 떠났고, 거기서 옛 공주의 미라를 목격했다. 수상작 '모래 여자'도 한 여자의 미라를 통해 여성의 삶을 되짚은 작품이다.

황현산 김주연 정현종 최승호 이남호 심사위원들은 김혜순의 '모래 여자'를 미라 같은 '여성의 삶' 을 깊고 조용하게 응시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모래 여자'는 차분하게 정제된 언어를 보여주는 시다. 미라의 발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마치 미라의 발굴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모래 여자의 존재를 조금씩 펼쳐 보여준다.
그리하여 그 모든 모습이 드러났을 때, 독자들은 그 모래 여자가 결국은 갖은 소외와 수모의 삶을 조용히 견뎌온 한 여성의 삶의 환유임을 알게 된다.

김혜순의 깊고 조용한 응시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고, 우리 시대 여성성의 한 기호가 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심사위원들은,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다채로움보다는 조용함이라는 생각에서 '모래 여자' 쪽을 조용히 선택했다고 밝혔다.  /방남수 서울지사장

                                                  모래 여자   

모래 속에서 여자를 들어올렸다/ 여자는 머리털 하나 상한 데가 없이 깨끗했다
여자는 그가 떠난 후 자지도 먹지도 않았다고 전해졌다/ 여자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숨을 쉬지도 않았지만/ 죽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와서 여자를 데려갔다/ 옷을 벗기고 소금물에 담그고 가랑이를 벌리고/ 머리털을 자르고 가슴을 열었다고 했다
여자의 그가 전장에서 죽고/ 나라마저 멀리멀리 떠나버렸다고 했건만/ 여자는 목숨을 삼킨 채/ 세상에다 제 숨을 풀어놓진 않았다/ 몸속으로 칼날이 들락거려도 감은 눈 뜨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자를 다시 꿰매 유리관 속에 뉘었다/ 기다리는 그는 오지 않고 사방에서 손가락들이 몰려왔다
모래 속에 숨은 여자를 끌어올려/ 종이 위에 부려놓은 두 손을 날마다/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낙타를 타고 이곳을 떠나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꿈마다 여자가 따라와서/ 검은 눈 번쩍 떴다/ 여자의 눈꺼풀 속이 사막의 밤하늘보다 깊고 넓었다

◆시인 김혜순 약력 
▶1955년 경북 울진 출생 ▶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 79년 '문학과지성'에 시로 등단 ▶시집 '또 다른 별에서'(81년) '나의 우파니샤드'(94년) 등 다수 ▶김수영문학상(97년) 소월시문학상(2000년) 현대시작품상(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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