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문 논설위원
김명인 시인이 최근『소금바다로 가다』라는 첫 산문집을 펴냈다.

산문「허무의 바다」라는 글에서 그는 『바다는 오랫동안 내 삶의 현실이었고, 그 세목이었으며, 미지를 향한 열림의 징표였다. 
어린시절에는 바다의 흥청거림이 무작정 좋았고, 철이 들고 나서도 거기에 생업을 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훈기로 나는 언제나 따뜻한 자극을 받았다. 바다는 내 시심(詩心)의 고향이었다. 그런 까닭에 내 시속의 바다에는 삶의 구체적인 표정들이 육화되어 있는 것이다.』 라고 고백하고 있다.

이 산문집에는 후포에서 자라면서 겪은 청소년 시절 이야기와 6.25동란을 맞으면서 겪은 비극적인 가족사의 일단도 나타나 있다. 
그의 시 『소금바다』에 나오는 짜디짠 땀방울로 온몸을 적시며 소금 굽는 힘겨운 노동자처럼 우리는 한평생 빈 허벅만 퍼 올리는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고해(苦海) 같은 인생살이에서 아무 덧없이 풍화되어가는 한 잎 지는 낙엽같은 존재. 그러나 사유(思惟)하는 낙엽! 내 몸이 소금이 필요하니 날마다 소금에 절여가며, 오늘도 그 눈물 다시 쓰린 소금을 뭉치려고 드넓은 바다로 나아가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니 인생살이에서 소금같은 쓴 눈물밥을 먹어보지 않은 자는 인생을 논하지 말지어다. 라는 금언을 생각케 한다. 결국 울진의 바다는 우리 일상생활에 먹을거리인 해산물 제공하는 위대한 어민(?)들과 동시에 정신적 사유를 천착케 하는 훌륭한 시인(?) 한사람을 탄생시켰다. 
 
울진의 해안선 길이는 200리쯤 된다.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어촌과 포구가 있다. 그 가운데 주요 어항은 죽변항과 후포항이다. 동해안에서는 꽤 유명하고 어획고도 만만찮은 항구들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주요 어종인 오징어와 꽁치잡이가 영 신통치 않단다. 바다환경이 바뀌어 가는지 서해에서 오징어가 난단다. 예전엔 울진의 포구마다 오징어가 하도 많이 나서 지나가던 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고, 학교는 어번기까지 했다는데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오늘은 김명인의 시 『후포』를 소개한다.  흉어기 한철을 힘겹게 지냈던 어민들의 삶의 애환과 소박하고 조용한 후포의 풍경이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나타나있다. 그런데 이렇게 소박하고 아름다운 항구인 죽변항과 후포항이 요즈음 시끄럽단다.  대게잡이 어민과 홍게잡이 어민들 사이의 다툼이다. 그 연유야 어찌되었던 모두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원만하게 합리적으로 잘 해결되어 다시 이어져 나가는 웃음꽃 피어나는 희망의 수평선, 울진 바다가 되었으면 한다.

바다는 조용하다. 헛소문처럼/장마비 양철지붕 후들기다 지나가던/낮잠도 무성한 잔물결에 부서져 연변 가까이/때지어 날아오르는 새 떼들/보인다. 어느새 비 걷고/그을음 같은 안개 비껴 산그늘에는/채 씻기다만 버드나무 한 그루/이따금씩 원동기 소리 늘어진 가지에 와 걸리고 있다./바람은 성채만한 구름들 하늘 가운데로 옮겨 놓는다./세월 속으로 세월 속으로/끌고 갈 무엇이 남아서/적막도 저 홀로 힘겨운 노동으로/문득 병든 무인도를 파랗게 질리게 하느냐/누리엔 놀다가는 파도가 쌓아놓은/덕지덕지 그리움 한 꺼풀씩 벗어야 할 허물의/쓸쓸한 시절이 네 마음속 캄캄한 석탄에 구워진다./뼈가 휘도록, 이 바닥에서, 너는 그물코에 꿰어 삶들은 모른다 하지 못하리/흉어에 엎어져도 우리 함께 견뎠던 여름이므로/키 큰 장다리 제 철 내내 마당가에 꽃을 피워 더 먼/ 바다를 내다보고 섰는데/스스로 받아 챙기던 욕망은 다 그런 것일까/멈칫멈칫 나아가다 쥐어보면 아무 것도 잡히지 않고/자다깨다자다깨다 눅눅한 꿈들만 어지럽게/헤매며 길을 잃는다./그래도, 눈을 들어보리라, 저 산 들과 산들이 끊어 놓은 자리/다시 이어져 달려 나가는 눈물겨운 수평선을 (시 ‘후포’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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