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가 개가 됐어요"…작년 산에서 새끼 데려와


야생 너구리가 개와 함께 양육되고 있어 화제.

   

주인공은 울진 죽변면 죽변 3리 임기성(66)·이영자(59) 씨 부부가 사육하고 있는 생후 9개월쯤 되는 암컷 너구리 ‘럭키’.

럭키가 임 씨네와 인연을 맺은 것은 작년 5월이다. 아내 이 씨가 인근 산에 나물캐러 갔다 발견했다.

“산을 내려오는데 뭔가가 따라 온다는 느낌이 들어 뒤돌아봤더니 럭키더군요.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았는지 크기가 주먹만 했고 어미를 잃었는지 쫓아도 자꾸만 따라 오는 거예요. 나를 바라보는 물기어린 눈망울이 얼마나 맑은지…."

럭키는 적응을 잘 했다.

“‘너구리는 들쥐에서부터 열매, 고구마까지 먹는 잡식성이기 때문에 먹이는 걱정할 것 없다.’는 두 아들의 조언에 밥을 줘 봤더니 정말 먹더군요. 뭐든 잘 먹으니 한시름 놓은 거죠.”

이 때부터 럭키는 이 씨네가 키우는 개 3마리와 함께 집 앞 공터에서 살게 됐다.

개와 함께 생활해서인지 일반적으로 11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겨울잠을 자는 야생 너구리의 습성도 럭키에겐 없었다. 또 낮에는 자고 밤이 되어야 활동한다는 야행성도 사라졌다. 개들도 럭키와 싸움 한번 없이 잘 지낸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잠자리. 잠만은 임 씨가 사다 준 개집이 아닌 자신이 살짝 파서 마련한 땅바닥 침실에서 잔다.

“럭키를 보면 피로가 풀려요. 새벽 3시 뱃일을 나갈 때도,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개처럼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배를 땅바닥에 깔고서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하지만 최근에는 고민이 생겼다. 다 자란 럭키를 계속해서 키워도 될지, 아니면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할지 걱정이다. 

“사람 손에 키워져서 자연에서 잘 적응할 지도 염려스럽다."는 이 씨는 "하지만 언젠가는 돌려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벌써 '이별'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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