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문  논설위원    
누런 흙바람. 황사다. 온 하늘이 뿌옇다. 평소 잘 보이던 응봉산도 드러나지 않고 잿빛으로 어두컴컴하다. 온양 앞바다 수평선도 視界不能, 갈매기도 날지 않는다. 봄 바다, 간간이 약한 포말이 일뿐, 파도조차 자연이 뿌린 황색계엄령(?)에 숨죽인듯하다. 황사에 관계없이 7번 국도엔 차량들이 여전히 쌩쌩 달린다.

더러 미등을 켜고 달리는 차들도 있다. 차창닦이에 물을 뿜어 뿌연 황사가루를 훔쳤다. 차 앞 유리창에 구정물이 밀려난다. 시계가 좀 트인 듯하다. 휙휙 차창 밖으로 달아나는 봄 풍경을 눈요기 하면서 운전대를 꽉 잡고 차를 몬다.

산천은 봄이다. 벌써 진달래도 피었다. 어느 집 담장 너머로  목련꽃이 화사하다. 해마다 찾아오는 황사. 아니다. 해마다가 아니다. 지구가 생긴 이래로 황사는 있어 왔다. 황사의 주요 발원지는 중국과 몽고의 사막지대와 황하중류의 황토지대이다. 올해는 더 자주오고, 미세먼지의 농도가 더 강하단다.

차안 라디오를 튼다. 뉴스는 황사경보령이 내렸단다. 그와 아울러 한미자유무역협정 관련 소식도 전해준다. 소위 에프티에이. 전 국민의 관심사다. 경제성장의 엔진, 미래를 위한 투자다. 거대한 미국시장에 우리 상품을 팔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양극화 해소책이다. 선진경제의 또 다른 도약이다. 협정체결에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야한다. 북핵 해결을 위한 고도의 정치력이다.

아니다. 미국 경제의 예속이다. 농업을 희생과 담보로 대기업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우리는 실익이 없는 밑진 장사만 했다. 유전자 조작농산물이 밀려들어 올 것이다.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끝까지 불복종운동을 펼치겠다. 국민투표가 필요하다. 등, 찬성과 반대,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다. 수백, 수 천 쪽에 달하는 그 많은 협정내용들.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갈리고 처방이 다르니 일반 국민들은 더욱 헛갈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들, 당리당략을 떠나 그들은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제공과 감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참여정부의 성과만 집착해 오직 협정타결 가속 엑셀레이트만 밟아 졸속 추진했다는 일부의 의혹, 그렇다면 국회는 직무유기? 행정부가 가속 또는 과속위반일 경우 국회는 지금이라도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협정내용과 득실의 대차대조표를 꼼꼼히 따지고 챙겨 국민들에게 보고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노대통령을 깎아내리고 흔들어만 대던 제1당인 한나라당이 이번 협정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것, 정작 노대통령의 우군인 열린우리당은 반쪽 상태, 어찌 보면 노대통령이 한때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했다 거부당했는데 이번엔 자연스레 연정이 된 셈.

이로써 노대통령은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그 여세를 몰아 남북정상회담까지 간다는 것, 결국 노대통령의 노련한 정치기술에 한나라당이 꼼짝없이 발목을 잡힌 형국으로 대선까지 간다는 것, 그래서 한미 에프티에이로는 친미, 남북정상회담으로 친북하여 남한의 보수파들에게 좌파친북이라는 일방적 이미지를 자연스레 불식시키고 수구보수층을 끌어안아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가상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同床異夢? 同床同夢? 同夢異床? 과연 서로가 어떤 속셈인지? 그래서 정치권은 주산 알 굴리기에 바쁘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그렇다 치고, 한나라당의 일부 대선 주자들의 대책 없는 얄팍한 잔머리 계산(?)과 열린우리당의 일부 탈당파들의 단식 코메디 쇼(?)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어느 게  수까마귀인지, 암까마귀인지 모르겠단다. 어쨌든 정치인들의 진정성을 두고 볼일이다.
 
오늘은 황사가 물러갔다. 퇴근 후 차를 닦는다. 평소 같으면 걸레를 서너 번 만 빨아 훔치면 세차 끝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차안 구석구석까지 미세한 먼지가 묻어난다. 뽀얗던 차가 햇빛에 금방 반짝반짝 빛이 난다. 맑은 차창에 구름이 흘러간다. 산그늘이 비친다. 

한반도의 기상도는 당분간 황사 끝? 맑음! 그러나 앞으로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줄 듯한 에프티에이의 기상도는 맑음인가?  흐림인가?  우리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선진 도약의 발판인가?  미래를 위한 전진인가?  아니면 대미 종속의 심화인가?  미래의 재앙인가? 국회비준 등 협정체결까지 그리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미 에프티에이 아직 視界不透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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