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편집국장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에 공감한다. 기소여부나 재판과정에서 유·무죄를 결정하는데, 배심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었으면 한다. 배심원들의 결정에 예속될 것 까지는 없겠지만, 법관도 사람이라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들어 볼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다.

나는 연초에 대법원에 상고장을 쓴 적이 있다. 그 내용 중에는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의 재판방식으로는 억울한 죄인을 양산할 수 있다는 따끔한 충고를 했다. 1,2심의 일방적인 판결에 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모 군의원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6월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벌금 5백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 소식을 듣는 순간 나는 무엇에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머리가 ‘띵’해졌다.

이 사건 초기에 검찰 측에서는 5백만원 정도의 벌금형으로 약식 재판에 회부하려다가, 1심 판사가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던 사건으로, 검찰 측이나 피고 측에서 2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할 리도 없으므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제 그 재판의 결과가 이후 변경될 가능성은 없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벌금 5백만원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6월은 너무나 먼 거리감을 느낀다. 차라리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에서 판결이 엇갈려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하더라도 이처럼 큰 편차의 감정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선출직공무원은 벌금형이냐, 금고 이상의 형이냐에 따라 신분상실의 여부가 달려 있어 더욱 그렇다.

한 개의 같은 사건에 어떤 법관은 중형을 내리고, 어떤 법관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벌을 내린다. 물론 법관들의 양심에 따라 내린 판결이겠지만, 이때 국민들은 법의 형평성이 무언가? 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항소심에서 피고인은 3천만원의 거금을 내고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혹시 돈의 위력이 이 사건의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를 바란다.

또 얼마전에 두차례나 제보를 해와 알게 된 사건이지만, 04년초에 발단이 된 지역 내 모 단체의 공금횡령(?) 사건은 지금까지 항소심 재판계류중이라는 것이다. 돈 횡령사건이라면 ‘산수계산’ 사건이다. 무슨 산수를 계산하는데, 몇 년씩이나 걸리는 지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국민의 법 감정은 회의적이다.

혹시 이 사건에서도 사법외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얼마전 서울에서 국내 최고 권위의 ‘동아마라톤’ 대회가 열렸는데, 깃발을 들고 42.195km를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완주한 사람이 있었다. 특종 감이었다. 이 깃발에는 현직 판·검사 12명의 비리에 관한 책의 표지가 인쇄되어 있었고, 여러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 지 보도되지 못했다.

지난해 이 책이 초판되었을때도 대한민국의 유수한 신문·방송사 특집 프로들이 경쟁적으로 취재에 나섰지만, 방송이나 심지어 신간 서적에 대해서 의례적으로 소개해 오던 문화부 지면에서조차 보도되지 않았다.

항간에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는 말이 있다. 판·검사가 부르기만 해도 애를 먹고, 미루기만 해도 힘들게 된다는 의미로서, 이들이 얼마나 막강한 권력자들인 가를 실감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유수한 언론권력들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는 질타할망정, 사법부에 대해서는 움츠린다. 이들의 권력은 한국땅에서 가히 절대적이다. 사법 권력은 국민들의 인신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진의 인사들도 이를 매우 잘 안다. 대통령이 내려오거나, 도지사가 내려 온데도 시큰둥 할 수 있다. 그러나 영덕의 판·검사가 올라온다면 머리를 조아린다. 벌금을 때리던 지 징역을 때리던 지, 무죄를 때리던지 유죄를 때리던 지, 재판관의 양심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법적 권력은 현실적으로 막강하다. 그런 만큼 그러한 권력의 행사에 있어 응당 판단은 신중하고, 형평성을 가져야 하는 책임이 있다. 어떤 판결이 있을 때, 피고인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벌금 5백만원과 징역 6월의 사이는 간격이 너무 크다. 일개의 동일 사안에 이처럼 판단의 차이가 크게 났다면, 1,2심 어디에선가는 판단에 신중을 기하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한 원인이 또 다른 권력이나 ‘무전유죄 유전무죄’ 라는 말과는 전혀 무관해야 한다.

어떤 사건에 대해 일반인들의 법 감정을 벗어나는 판결이 일어나지 않아 국민 모두가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따를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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