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포역사연구회 정돌만
 지금부터 400년 전 평해군 기성면 황보리 길가에 가시나무와 칡넝쿨로 뒤덮인 산다화 한그루가 있었다. 여기에 유배 온 아계 이산해에 의해서 보호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짐으로 해서 우리에게 자연보호에 대한 신선한 충격과 함께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길가의 산비탈에 산다화가 처해있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던 모양이다. 황보촌 돌밭 옆 가시덤불 속에서 산다화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뿌리와 가지만이 온전하고 잎은 초라한 모습이었다 한다.

행인들이 산다화를 마구 꺾어 가자, 이산해는 지팡이를 짚고 날 저문 줄도 모르고 가시덤불을 베어내고 더러운 흙을 치우고 대나무로 시렁을 만들고 돌로 축을 쌓아 부축하여 놓고 보니, 그 꽃나무도 감동했는지 잠깐 사이에 생동감이 넘쳤다고 하였다.

새로 돋은 잎새와 같이 꽃은 반만 핀 붉은 꽃 봉우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봄이면 코를 감도는 그윽한 꽃향기에 벌과 나비가 날아오고 봄바람은 불어 나뭇잎은 살랑거리고 시냇물에 비친 꽃잎을 본 물고기도 놀라워하였다.

이곳은 원래 기성 땅이라 기후가 원래 내륙보다 고르지 못하여 식물들도 타고난 천품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매화는 피어도 꽃색이 곱지 않고 진달래가 지천에 피어도 고운 색을 내지 못해 오직 산다화만 홀로 화려한 자태를 하고 있었다 한다.

이 세상 모두가 인연이 있어 수목도 반드시 사람을 잘 만나 도움을 받아야 제대로 되는 법을 그 누가 알았을까? 이 가시덤불 속에 산다화의 신세가 천만 뜻밖에 아계 이산해를 만나서 이렇게 좋은 환경을 가지게 되었다니, 꿈에도 몰랐겠지... 아~ 이세상의 흥망성쇄는 다 때가 있는 법!

유배 온 이산해는 이 아름다운 산다화를 몇 해나 더 볼 런지, 아~ 선생은 어찌하여 자연을 사랑하고 나무를 사랑하고 꽃을 사랑합니까? 우리는 아계 선생을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계 유고에서 산다화를 소재로 한 시에서 크나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산다화 한그루로 인하여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선생의 자연보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하여 그곳을 찾아 산다화를 복원하고, 아름다운 노래비라도 하나 세워서 교훈으로 삼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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