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철이 시작되면 멸치잡이도 함께 시작된다.

어기차! 어기차! 그물을 당겨라!

산포마을 사람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남녀노소 할 것없이 그물을 당긴다. 86세된 할머니도, 쥐방울만한 코흘리게도 힘을 써야 한다. 멸치 그물은 많은 사람들이 적당한 속도로 당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맘때쯤이면 산포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앞바다에 꽂혀 있다. 바닷 빛갈이 검게 변할 만큼 무수히 많은 그 앙징맞은 놈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면, 누군가는 처음 금광을 발견한 사람처럼 들떠 큰집아재요! 장광웅 이장님요! 방방 떨어야 한다.

어기차! 어기차! 그물을 당겨라! 은빛 멸치가 팔딱팔딱 튀어 오르기 시작하면 팔순 할머니의 숨소리도 가빠진다. 팔딱이는 생동감, 은빛 광채에서 느끼는 생명의 진한 환희가 여기에 있다.

어기차! 어기차! 그물을 당겨라!

                                                / 전병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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