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 논설위원

1960-70년대 욕쟁이 스님 춘성 하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만해 한용운 스님의 유일한 제자이기도 하다.

평생 걸림 없는 삶을 살다간 스님들 가운데 한분이랄까? 일의일발(一衣一鉢)로 무소유를 실천한 분이기도하다. 어쨌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걸죽한 욕설과 육두문자를 무차별 쏟아내는 스님이었다.

이럴테면 지나치게 화장을 하고 사치스레 요란한 옷차림으로 으스대기를 좋아하는 여자가 절에 오면 아무리 지체가 높은 고관대작의 부인이라도 그 자리에서 『씨부랄 년!』 하고 욕부터 쏟아냈다.

이런 욕설에도 정작 신도들은 아무 항의도 못했단다. 아마 스님의 욕설에서 천박한 냄새가 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욕설 속에 선지(禪旨)가 번뜩여서 그랬을 것이다.

이 스님에 대해 여러 일화가 전해온다. 그 가운데 하나. 어느 날 춘성 스님이 지방으로 기차 여행을 했을 때의 일이다.

붐비는 기차 안에 기독교인들이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란 팻말을 들고 큰소리로 외치며 다녔다. 마침 스님을 보자 더 신이 난 듯 외쳤겠지.

『예수를 믿으라. 그러면 구원을 얻으리라. 예수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혔다 3일만에 부활 하셨나니…….』 이때 춘성 스님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뭐, 누가 죽었다 살아났다고! 이눔들아, 내 평생에 죽었다 살아나는 것은 새벽마다 내 거시기 밖에 없어!』이 일갈에 승객들은 포복절도 했단다.

물론 전도에 열 올리던 그 기독교인들은 혼비백산하여 사라졌을 테고. 요즈음 대통령인수위 활동을 놓고 말이 많다. 차기장관들이 발표해야할 정책들을 여과없이 마구 쏟아낸다.

인수위가 너무나 앞서 나가는 것 같다. 아직 정권 출발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권위주의가 냄새가 난다는 등. 한편으로는 기업활동 규제 대폭 풀어야 한다. 이참에 정부조직의 군살을 확 빼야 한다느니 등으로 무성하다. 더구나 정부조직개편을 앞두고 현정부와 차기정부가 일전을 겨룰 태세다.

정부조직개편안의 논거가 무엇이냐? 참여정부의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정부조직개편안에 서명 강요말라. 노대통령이 일갈하자 인수위는 부글부글할 수 밖에 없겠다.

그러나 정작 중앙부처의 공직자들은 자기의 부처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인수위의 일거수일투족에 예의주시하며 숨죽이고 있는 듯하다. 왜? 밥줄이 목숨줄이기에 그럴 것이다.

교육부, 여성부, 해양수산부, 통일부, 정보통신기술부 등의 부처 공직자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교육부는 인재과학부에서 교육과학부로 살아났다.

다른 부처들은 과연 어찌될 것인가? 부처의 통폐합에 따라 잉여인력 8,000여명에 이르는 공직자들은  또 어찌 할 것인가? 이래 저래 인수위의 고민은 깊어만 갈 것 같다.
춘성스님 말씀대로 죽었다 살아나는 것은 그 무엇인가? 정부조직개편안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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