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돌만
지금은 대게 철이다. 울진의 새벽 항구는 게판(蟹販)으로부터 시작된다. 대한민국의 최대 생산지답게 후리포 항구의 새벽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먼동이 터기 시작하면 대게를 가뜩 실은 대게발이 뱃소리로 요란하다.

옛날부터 후리포 항구가 시끄러우면 “기알(蟹津) 기배 들어 왔나?” 할 정도로 대게잡이 배가 들어오면 시끄러웠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싱싱하고 값싼 대게를 사먹을 수 있는 곳이 후포항구다. 대게는 언뜻 보기에는 삐쩍 마른 것 같지만 뼈 속에 살이 가득 차 있다.

대게의 구수하고 고소한 게장의 향은 코끝을 유혹한다. 이 게딱지(蟹甲) 속에 가득 차 있을 게살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우리는 이 맛에 미쳐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대게축제 마저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게(蟹)가 단순히 인간에게 맛좋은 게살만을 주는 동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게의 생태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의 사회윤리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蟹)는 창자가 없어도 창자 있는 사람들 보다 지조와 의리가 있는 동물로 비유돼 왔다. 예전에 게(蟹)그림이 들어가는 연하장을 주고 받는 풍속이 있었다. 옆으로 가는 게(蟹)의 속성을 명심하여 “똑바로 행동을 하라.” 는 암시였던 것이다.

1900년대에 안국선이 쓴 <금수회의록>에 게(蟹)를 무장공자(無腸公子)에 비유한 대목이 나온다. “창자 없는 게의(無腸公子) 사적 좀 들어보시오. 송나라 때에 한 처녀가 죽게 된 것을 살려내느라고 큰 뱀을 우리가위로 잘라 죽었으며, 산신과 싸워 호인의 배를 구원하였고, 객사한 송장을 더러 내어 음란한 계집의 죄를 발각 하였으니!

우리가 행한 일은 다 옳고 아름다운 일이오. 사람같이 더러운 일은 하지 않소. 또 다른 사람들도 우리의 행위를 아는 고로 ‘게(蟹)도 제 구멍이 아니면 들어가지 아니 한다.’ 는 속담이 있소.

참 그러하오. 우리는 암만 급하더라도 들어갈 구멍에 들어가지, 부당한 구멍에는 들어가지 않소. 그러나 부모처자를 버리고 중이 되어 산속으로 들어가는 이도 있고, 음란한 생각을 가진 여염집 부인네들이 불공한다 핑계하고 절간 초막으로 들어가는 이도 있소. 또 명예있는 신사라 칭하고 쓸데없는 돈 내버리러 기생집에 들어가는 이도 있고... ” 이처럼 안국선은 창자 있는 사람이 창자 없는 게(蟹)를 통해 극도로 타락한 인간사회를 질타했다.

우리는 매년 개최하는 대게축제를 통하여 먹고 마시는 데만 열중한다. 그러나 오는 대게축제를 맞으면서 게의 생태를 통하여 평생 살아갈 사회 윤리적 가치는 무엇이고, 참된 도덕성 회복이 무엇인지 한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후포역사연구회 정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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