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편집국장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다. 결국 상대를 얼마나 잘 설득하여 자신의 주장을 이해시키는 가에 따라 그의 능력이 드러난다. 개인간이나 정당간에, 정당과 국민간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얼마전 서울에서 출판사를 하는 친구가 발간하여 보내온 ‘조기형의 새천년형 千字文’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 책속에는 중국 법가의 사상을 대성시킨 한비(韓非)와 그의 제자들이 집성한 ‘한비자(韓非子)’의 세난(說難) 편도 소개되고 있다.

여기에서 한비는 ‘남을 설득시키기 어렵다’ 는 뜻의 세난의 어려움을 갈파했다. 상대가 높은 지위와 명예를 동경하고 있는데, 이익이 크다는 것으로 달래려 하면, 자기를 비루한 사람으로 멀리 대한다고 한다. 반대로 잇속을 원하는 사람에게 명예와 지조가 어떻고... 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 하여 또 멀리 한다는 것이다.

한비는 세난을 설명하는 맨 나중에 역린(逆鱗: 거슬러 난 비늘)이라는 극적인 예를 들고 있다. “용이란 짐승은 잘 친하기만 하면 올라 탈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목 아래에 붙어 있는 직경 한 자 쯤 되는 역린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죽이고 만다.

임금도 역린이 있다. 말하는 사람이 임금의 역린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능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금번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심각한 정치적 사태를 우려한다. 한나라당은 사실상 영남의 민심을 대변하고 있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권을 획득하여 출발하여려는 시점에서 큰 분란이 일어났다.

이상득의원과 이재오의원간에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 간에 서로가 서로의 역린을 건드리니 극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 모든 역린의 근원은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간 대통령 후보간의 당내 경선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미 서로간의 역린을 건드리고서는 다 같이 살아 남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역린의 업보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천 수백년 전, 고대 중국의 대 철인 한비가 ‘용’의 예를 들어 우회적으로 설파한 것이 지금 18대 총선 후보등록 이틀을 남겨 두고 증명되는 있는 현실을 보면서 그의 혜안에 놀랄 따름이다.

어릴적에 이런 한비의 얘기를 들었다면, 용은 상상의 동물인데 무슨 허황된 말이냐고 무시하고 말았을 것인데, 나이 들어서야 큰 깨우침을 받으니, 고전을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진짜 더 심중한 역린은 한나라당의 국민에 대한 역린이다. 금번 한나라당의 공천은 “감히 이럴 수가 있나?” “새시대 참신하고 능력있는 새인물을 뽑으라!”는 국민들의 여망을 헌신짝 버리듯 무참히 저버렸다.

지역민들도 무척 화가 났다. 특히 울진군민들은 더욱 화가 났다. 대선 승리에 취한 한나라당과 김광원의원의 오만을 본 것이다. 대통령의 형 이상득의원과 김광원의원이 짜고 강석호 후보를 낙하산 공천했다는 것은 지역민들에 대한 역린이다.

항간에는 김광원의원이 얼마의 돈을 받고 자리를 팔았다는 소문마저 파다한데, 그런 오해를 살만하다. 김광원의원은 한때 자신이 정치활동에서 물러나면 몇몇 울진출신 후배들의 이름마저 거명하며, 키워주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있다.

김의원은 울진의 가장 큰 숙원사업 36번국도 직선화 사업에 대해서 한 일이 없다. 그동안 군민들은 17대 총선에서 심지어 “길만 딱겠다” 는 총선후 공약 불이행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꼈다.

최선을 다하다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환경부에 핑계를 대며 손을 놓고 있었다. 하다못해 청와대 앞에 가 전국도로망이 그려진 지도라도 세워놓고, 단독 침묵시위라도 벌여 지역의 최대 현안 해결을 위한 성의라도 보여 주기를 바랐다.

그는 3선 국회의원으로까지 밀어 주어 ‘할 것 다하는 호사’ 를 누린 후 정치일선을 떠나면서 지역민들의 은혜를 망각했다. 유능한 후배들 대신 지역연고도 빈약한 타지 사람의 손을 들고 앞장서고 있다. 이것은 군민들에 대한 명백한 역린이다.

                                                       / 전병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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