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근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숙인 6명을 만나 격려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대통령 최측근 인사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을 돕기 위한 것으로 공무원으로서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다며 고발을 하는 등 정치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야권은 일제히 청와대, 정부, 선관위 등이 한통속이 돼 관권선거를 벌이고 있다고 총공세를 펼쳤고, 청와대측은 "상식에 맞지 않는 정치공세"라고 정면대응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은평구 건설현장 방문은 이재오 후보가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상당한 격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측면 지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나라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언론권력도 중앙 집중식으로 1개의 통신사와 몇 개의 방송사, 그리고 몇 개의 메이져 신문사가 이 나라 전체를 통제하고 있어 아무것도 아닌 일도 중앙 매스컴을 타기 시작하면 전국적인 뉴스로 확산된다.

그러나 지방에서 일어 난 일이 아무리 큰 뉴스가치를 지녔더라도 중앙매스컴이 다루어 주지 않으면 흐지부지 된다. 이것이 영향력이다. 이런 영향력은 권력에서 나온다. 모든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으니 지방은 중앙에 예속되기 마련이다.

공무원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도 서울에 있고, 선관위 최고 높은 분도 서울에 있고,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방송`언론사 모두 서울에 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군수부터~군의원까지의 공천권도 사실상 서울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임으로 중앙권력에 충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중앙권력의 지방분권이니, 지방선출직공무원들의 정당공천권을 폐지해야 한다느니 하는 여론이 그치질 않는다. 그런데 중앙의 배경을 업고 있는 지방권력 즉 시장`군수들의 권력 또한 관할 구역내에서는 막강하다. 실제 이들에 대해서 ‘소통령’이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울진`봉화`영양`영덕군선거구 지역은 전형적인 시골 농촌지역이라 각 군의 군수들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군의 간부 공무원들과 읍`면장, 관변`사회단체장이 그의 영향력 아래 있고, 사업이나 기업을 하고 있는 지방 유력 인사들 또한 군수의 비위를 건드려 놓고는 어떤 사업을 원만히 추진하지 못한다.

금번 18대 총선을 맞으면서 어떤 군수 또는 대리인이 이들에게 자리를 만들거나, 전화로, 또는 사무실로 불러 들여 우회적으로 몇마디 언질을 주면, 아무리 강단있는 사람이라도 군수의 의도를 벗어나기 힘들다.

들리는 말로는 4개군의 몇몇 군수들 중에는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개입하고 있는 군수가 있다 한다.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대통령의 은평구 방문마저 중앙 매스컴을 타니 큰 정치적인 이슈로 떠오른다.

그러나 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직적인 관권개입이 일부 노출되고 있지만, 중앙의 매스컴이 아니라 지방의 매스컴도 타지 않을 뿐만아니라, 중앙권력의 배경으로 인해 덮어지고 있다.

지방 언론들은 중앙언론들의 무관심 아래 오히려 편파보도를 일삼아 특정 후보를 도우려고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울진권 선거구 같은 경우 여론을 왜곡하고, 지역 갈등마저 조장하면서까지 특정후보를 돕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을 사람은 없다.

금번 선거중, 금품살포 의혹이 영양, 영덕, 영해, 평해 등 4개 지역에서 일어나고, 음식물제공 사건이 발생했지만, 특정후보자에 관련된, 영양 사건만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나머지 사건들은 보도되지 않는다.

금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관권, 금품, 언권선거가 심하다. 일부 주민들은 과거 자유당시절의 부정`불법이 난무하던 시대로 되돌아 간 듯하다고 표현한다. 절친한 친구 몇몇을 찔러보면 정확히 표현 하지는 않지만, 금품 살포 흔적을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다.

순박한 농촌 사람들, 돈을 주면 거절하기 힘들다. 받지 않으면 반대편인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고, 또 그동안 두터운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전해 오거나, 연락이 옴으로 내치기가 힘들다.

그리고 또 이 순박한 사람들 돈을 받아 놓으면 마음이 약해 그 사람을 찍는다. 돈을 받고 안 찍으면, 죄를 짓는 기분이 든다. 무슨 양심법에라도 걸리는 것처럼...

그런데 돈 많은 후보자들은 이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이러한 양심을 이용한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돈을 아무리 많이 써도 당선이 안되는 꼴을 당해야 한다. 돈으로 사람들의 양심을 사려는 짓은 이제는 끊어야 한다.

이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바로 잡는 것은 결국 국민의 힘이다. 금번 선거에서 울진사람들은 돈을 받았더라도 표는 똑바로 찍어야 한다. 이건 죄를 짓는 것도 아니며, 양심법을 위반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자신의 양심을 회복하는 일이며, 이 나라의 희망인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역사적인 변환인 것이다. 돈은 받았더라도 표는 바로 찍자!

                                                           / 박종근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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