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봉화사 
    정자운 주지스님
 5월 12일은 불기 2552년 ‘부처님오신날’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사바를 향해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我當安之)”라 사자후하였다.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네, 온 세상 모두 고통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라는 뜻이다.

부처님은 밭을 가는 농부처럼 중생들의 마음에 불성(佛性)을 일깨우며 45년 동안 마음 밭을 갈고 또 갈아주셨다. 소유와 명예를 넘어 진정 진리로 살아 간 당신의 그 모습이 이 시대에 더욱 그리워진다.

지금 세상은 너무나 소란하고 시끄럽다.
겉으로는 상생이니 평화니 화합이니 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기주의가 견고하게 자리 잡아 끝없는 대립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가진 자는 더 가지려 하고 못 가진 자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허탈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으며 마음이 불편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치인들은 이의 해법으로 경제 살리기를 내 놓고 있다.

선진국이 되어 모두가 잘 살아야한다는 경제 살리기도 중요하지만 정신이 먼저 살아야 한다. 물질 만능의 물신풍조에서 벗어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고귀한 정신가치를 추구하고 누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2만 ‘불(弗)’ 3만 ‘불(弗)’의 국민소득이 타오르는 탐욕의 ‘불[火]’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촛불이 되어 잊고 있던 우리 주위의 작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밝혀내는 정신의 성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부처님께서 45년 동안 설하신 것이 무엇인가. 그 팔만사천법문은 무엇을 지향하고 있을까. 그것은 연기와 중도의 마음이다. 우리는 모두 함께 어우러져 있는 존재이며 대립과 갈등을 여읜 조화로운 공동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화두는 사회통합이다. 이념과 세대, 지역과 노사 간의 갈등과 반목은 이제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다종교사회에서 종교 또한 통합은커녕 분열에 한몫을 하고 있다.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이요, ‘만물여아동체(萬物與我同體)’라 하였다. 세상이 모두 한 뿌리며,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분명한 진리를 알아야 한다.

남은 남이 아닌 또 다른 나이기에 나의 작은 흔들림이 나 아닌 다른 이의 흔들림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끝없는 자비의 관음을 지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살리며 아름다운 전체로서 온전한 삶을 함께 느껴야 한다고 부처님은 자상하게 일러주셨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으며 우리는 푸른 하늘처럼 한계가 없는 한마음, 깊고 고요한 바다처럼 함께 흐르는 끈끈한 생명의 물줄기를 느껴야 한다.
화합의 시작은 자신의 처지만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나를 내세우고 고집피울 때 화합은 유지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화합을 무원칙적인 타협과 동일시할 수도 없다.
화합은 공동체의 덕목이지만, 그 공동체는 어디까지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의 가치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원효는 백가쟁명식의 무익한 교리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화쟁사상을 주창하였다.
이러한 원효스님의 노력으로 한국불교는 비록 교파와 학풍이 다르더라도 통불교라는 특유한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다.
다툼이 없이 모두가 화합하는 세계야말로 영원한 부처님의 세상인 것이다.
이 아름다운 오월, 작은 등불하나 밝히며 상생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일러준 부처님을 공경하고 찬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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