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주필
위험한 것은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시설 자체만으로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탄약 창고나, 가스`유류저장시설이 우리의 생활권에 가까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사고가 나서 직접 피해를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미 불안감이라는 정신적인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실제 사고도 일어난다. 경주 안강의 모 방위산업체에서는 수년전 화약 폭발사고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다친 사례도 있다.

원자력 발전소 마찬가지다. 아무리 완벽한 설계와 시공을 통해 다중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위험할 뿐 아니라, 이 또한 실제 사고도 일어난다.

쏘련의 핵사고도 그렇고, 미국, 대만 등 세계 각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수년전 일본에서는 핵재처리 과정에서 사고가 나 수십만명이 대피한 적도 있다. 국내 원전에서도 발생한다. 월성원전의 방사능 누출사고는 종종 보도된다.

울진원전에서도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지만, 국정감사를 통해 ‘백색 경고“ 발령을 내린 사실도 밝혀진 적이 있다.

한수원의 울진원전내 유리화사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고의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세계적 기술의 도입이라고 하지만, 그 자체로서 위험시설이다. 가동과정에서 기체 방사능 물질의 안전한 관리와 제거도 그렇지만, 시설을 장기적으로 가동하려면, 장치의 주기적인 정비와 관리가 필요하다.

큰 사고를 통해서도 방사능 누출의 위험성이 있지만, 운전`관리 과정에서의 오작동과 고장수리나, 주기적인 정비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원전의 계획정비 과정에서 피폭된 울진의 정모씨 사례도 있다.

죽변 주민들이 왜, 이러한 위험시설을 울진사람들 모르게 설치하여 방사능으로부터의 노출위험을 증대시켰는가? 며, 따지고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수원측은 법령에 의해 합법적으로 설치했다고 우긴다.

당시 산자부로부터 울진원전 5`6호기 건설승인을 받으면서, 변경승인을 통해 ‘원자력 관련시설’ 로 설치하기 때문에 주민공청회 같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언듯 속아 넘어갈 것처럼 교묘하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히 주민들을 기만하는 짓이다. 우선 유리화 시설물이 하필 왜, 5`6호기 관련시설인가? 5`6호기 관련시설이 아니라, 최소한 울진원전(6+4) 관련시설이고, 확장하면 <원자력 관련시설>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슬쩍 5`6호기 관련시설에 끼워 넣어 승인을 받은 것이 첫 번째 편법이다. 그리고 5`6호기 승인은 99년초에 득했고, 변경승인은 2005년도에 받았다고 했는데, 이것이 두 번째 기만이다. 결국은 지식산업부에서 변경승인을 아직 검토중에 있다고 시인했다.

그리고 세번째 절차적 불법성이다. 법령상 건설승인을 받기전 주민공청회를 실시해야 하는데, 5`6호기는 이미 99년 이전에 이루어져 유리화 사업은 이때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주민공청회를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승인을 받았다. 또는 법령에 의해 5`6호기 관련시설로서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실시할 대상이 아니다.” 는 식으로 우기고 있다.

그리고 또 일면 이기적 주장일 수 있지만 왜 하필 ' 또 하나의 새로운 원자력 관련시설' 이 울진이 세계 최초인가? 울진은 신울진원전 4개 호기가 들어서면, 모두 10개의 발전소가 집중되어 세계적인 최대 원자력발단지가 된다.

군민들은 신울진 부지를 내어주면서 14개 선결조건과 더불어 울진에 ‘더 이상의 원자력 관련시설’ 을 추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런데 선결조건에 대한 이행은 하지 않으면서 또 다른 ‘세계 최초의 원자력 관련시설’ 을 울진에 건설하는 것은 울진군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죽변 주민들이 더욱 격앙하여 이처럼 들고 일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한수원이 울진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해온 데에 있다. 며칠전 부랴부랴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이 또한 주민불신을 부추겼다.

전체 군민들이 알지 못하게 북면주민들에게만 알렸던 것이다. 울진원전이 북면 관련시설인가, 울진 관련시설인가? 그렇다면 북면 관련 주민설명회를 해야 하는가, 울진관련 주민설명회를 해야 하는가? 또 우길 지도 모른다.

시간을 늦추더라도 울진 전체 군민 알 수 있도록 널리 홍보하여 많은 군민들이 참석토록 해서 설명회를 하던지, 아니면 1차 북변주민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차후 군민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사전 홍보를 하던지...18년의 역사를 지닌 지역 언론사에 조차 알리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 막중한 국가 전원사업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런 지 참으로 실망스럽다. 말로는 ‘지역민과 함께한다. 모든 울진원전의 실상을 투명하게 알리겠다’ 고 하면서...

경주도 지금 한수원 때문에 시민들간 편가름이 일어났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한수원의 방폐장사업과 관련하여 실망하고 있다. 울진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한수원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커져만 갈 것이다.

                                              / 전병식 주필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