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주필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이나 수단이 좋아야 한다. 그리하여 기계적, 계량적 능률만을 추구하다 보면 인문사회적 효율이 떨어져 결국에는 비능률적으로 되고 만다.

독단적으로 추진해 나가면, 밀실과 편법이 판을 쳐 진정한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다. 구성원들부터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절차와 과정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원리이기도 하다.

물론 세상의 일에 완전무결한 것이 없는 것은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다수결의 원리가 자칫 오류에 빠져 옳지 못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절차와 과정의 민주성이 바탕이 되었다면, 그 모든 책임도 분담되야 할 것이므로 결과에 대해 책임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

따라서 설령 민주적 절차에 의한 어떤 선택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민주주의 속성상의 문제이므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존중하고,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찾아 내야 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국민된 도리이다.

나는 금번 북경 올림픽을 보지 않는다. 보기 싫다.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여자 양궁선수들의 훈련과정 때문이다. 여자 선수들에게 담력을 키워주기 위해 그들의 속옷에다가 살아있는 뱀을 집어 넣었다는 기사를 읽고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김대중 김영삼씨를 비롯한 한국의 지도자들과 전국 유명 매스컴에서 남에 뒤질세라 걸작이라고 찬사를 늘어놓았던 영화 ‘서편제’를 보고는, 나는 세상의 평판을 믿지 않는다. 천상의 소리를 얻기 위해 어린 소녀에게 극약을 먹인 행위는 예술 이전 인간성 말살의 문제였다.

남북통일이 아무리 민족적 숙원이라 하더라도 수백만명을 죽일 수 있는 전쟁을 통한 통일은 바라지 않는다. 결론은 아무리 목적이 좋다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비인간적이요, 비민주적이요, 비능률적이요, 비이성적인 것이다.

요즈음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매우 떨어진 것으로 안다.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이려고 성급히 추진하려 했던 미국 쇠고기 협상과 낙동강 대운하 정책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나중에 정부에서도 시인했지만 국민과의 ‘소통’ 부족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실시간 학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김용수 군수는 재임 6년째 세 번째의 정치적 도박을 하려는 것 같다.

그의 첫 번째 정치적 모험은 세계친환경엑스포의 추진이었다. 처음에 황당했다. 교통도 낙후하고, 전국단위 대규모 행사도 치러 본적이 없는 울진에서, 국내 이와 비슷한 농업을 주제로 한 국제행사도 전무한 상황에서, 농업규모나 영농기술면서도 뒤떨어진 울진군민과 공무원들을 이끌고...

군민들 중에 누가 세계친환경농업행사를 해보자는 사람들도 없는 상황에서, 군민들과의 합의를 위한 의견수렴의 절차나 과정도 없이, 국무총리실에 국제행사승인 신청부터 해놓고 보는 무식한(?) 독재군수였다.

그러나 그의 통배짱과 추진력은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그의 무식한 지도력에 공무원들과 군민들은 영도 모르고 앞만 보고 쫒아가야 했는데, 결국은 잘 해내고야 말았고 그 때문에 울진군은 한국 친환경농업의 선도고장으로 낙인(?) 찍혔다.

또 한번 그의 정치적 실험은 원전 특별지원금 647억원의 집행이었다. 이것 또한 군민들과의 숙의나 충분한 여론수렴 절차없이 독단적으로 푼돈 만들어 집행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의 모험은 실패였다. 군민들의 빗발치는 항의와 반발이 뒤따랐고, 지금도 이에 대한 평가는 진행형이고, 아마 두고 두고 김군수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을 전망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 세 번째 정치적 모험을 하고 있다. 금년초 신울진원전 1,2호기 착공을 위한 환경영향평가가 시작되자, 14개 선결조건을 현실화 한다면서 8개 대안조건을 제시했다.

14개 선결조건은 울진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군민들은 언제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도 모르는, 급조한 9명 위원의 단체를 만들어 8개 대안을 제시했다.

우리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는 사항에 대해 우리가 모르게 추진해도 되는가! 그런데 좀 미흡하다고 생각했는지, 최근 5명 정도의 위원을 확대하여 8개 대안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군민들의 심각한 상반된 평가속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차기 막강한 3선 군수 후보로 평가되고 있는 김군수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 부족에서 초래된 결과를 보고 배워야 할 것이다.

/ 전병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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