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장 추웠던 어느 날 울진 근남면 산포 3리 어느 할머니가 그 추위 속에서 거의 맨발로 바닷물을 떠서 김장배추 숨을 죽이고 있었다.

사연을 알아보니 시집간 딸에게 보내는 김장이란다.
이 모습을 보면서 울진 바닷가의 전통적인 김장 담그는 모습도 찾을 수 있지만 도시에 시집간 딸에게 보내는 김장으로 그 딸이 어렸을 때 먹었던 맛을 내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김장이 겨울양식이라고들 하지만 아마도 그 딸은 겨울 내내 김치를 먹는 것이 아니라 친정어머니의 정을 먹겠지요. 어쩌면 어려운 이 시대 모든 어머니의 마음일 수도 있다. 어머니란 존재의 크기를 느끼게 하는 11월 가장 추운 날 오후였다.
글·사진 : 이규봉(근남면 산포리 거주·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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