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칼럼 전 병 식 주필

사람들은 크고 작은 일들을 매일 겪으며 살아간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되돌아 보고, 또 다가올 새해 마음가짐을 다진다.

특히 한국사람들이 송년과 신년 통과의례에 유난을 떠는 것이 심한 듯하다. 외국인들은 ‘해맞이’라는 한국인들의 연례행사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모양이다.
집안에서는 한 해를 떠나 보낼 수 없고, 또 새해를 맞이할 수 없어 추위와 바가지를 무릅쓰고 동해안을 찾는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는 곳도 해뜨는 곳 동해안이다. 그래서인지 강추위에도 매년 새해 원단이면, 이런 해맞이 인파들 틈에 끼어 장엄한 일출에 희망을 걸었다. 여기서 나는 붉게 이글거리는 일출을 향해 ‘방아 상아라’! 를 외치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참가하지 못했다. 그래서 영 심드렁한 송구영신이 되었다.

지난해 초부터 연말까지 한해동안 줄곧 힘들었다. 지금까지의 나의 생에 있어 한 매듭을 지을 만큼의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이 만큼의 큰 고통은 처음이다. 나는 전생의 죄업마저 떠 올려야 했다.

결국 연말에는 계단을 굴러 뇌수술을 받아야 하는 낭패를 당했다. 불운은 연속해서 일어났다. 우리는 너무 큰 일을 당하면 어디서 뭐가 잘못되었는 지,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 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문병을 온 어떤 지인께서 한권 책을 선물했다. 나는 수술후 안정을 취하고 있는 중이라 장시간 집중할 수도 없어 우선 ‘슬픔이나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 편을 먼저 펼쳤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굉장한 책이었다. 이 책의 일부분만 읽고서도 나 자신에게 닥쳐온 시련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이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않았다. 무슨 귀한 음식을 먹을 때처럼 완전한 맛을 음미하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두고두고 읽기 위해서다. 보약을 한참에 다 마시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의 제목은 ‘긍정의 힘’ 이다. 미국의 한 목사가 썼다. 현재 누군가 큰 좌절이나 고통에 빠져 있는 힘든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라 하고 권유하고 싶다. 이 책만큼 삶의 의지를 북돋워 주는 치료약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주제가 특별하지는 않다. 새로운 이론이나 창의적인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일반적인 주제지만,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해 나갈 것인 가에 대한 방법론을 썼다.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아마 세계적일 것이다.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탁월한 예증과 논증으로 왜 그렇게 해야 하는 지를 딱딱 들어 맞추어 보여 주고 있으니 읽는 사람 모두가 박수를 치며 공감할 것이다.

절망에 빠져 비통해 할 시간이 없다. 미래를 향해서, 행복을 향해서 살아가는 데 앞을 나아가기에도 바쁜데, 왜 뒤를 돌아 보느냐. 용서하라! 어떻게 생각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단순한 주장일 뿐인데도...

이렇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기독교 부흥회에서 유명강사가 수많은 회중들을 도취시켜 무아지경으로 만들어 버리듯이 우리들을 잠시 무엇에 홀린 듯 깊이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리고 또 이처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쓰여 진 책도 드물 것이다. 심오하기 보다 쉽고 단순하기 때문에 더욱 감동하는 지도 모른다. 아마 이 책은 저자인 목사의 설교집을 모아 정리하여 출판한 것 같다.

한때 서울의 모시장과 포항의 모시장이 이들 시를 성시화하겠다고 떠들다가 시민들로부터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적이 있다. 서투른 소통방법 때문이었다. 차라리 이 ‘긍정의 힘’ 이라는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했더라면, 이 나라 전체가 성지화 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소통력이 큰 책이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전 인류에게 고통을 주었던 독일은 자신들의 죄업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다. 지금은 나치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독일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없다.

반면에 아직도 일본은 동남아 국가에 저질렀던 자신들의 만행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는다. 김영삼 대통령 방일 때인가, 세계적 이목을 의식해서인지 우리 민족에 대해 괴상한 용어를 사용하여 마지못해 사과하는 시늉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불쑥 불쑥 일본의 고위 관료들 중에서는 합방은 조선이 원해서 한 일, 일본이 조선 근대화에 기여, 위안부는 모르는 일, 독도는 자기네 땅 이라고 우긴다. 이런 나라에 대해서 용서는 없다. 오히려 후대에도 경계를 주문해야 한다.

‘긍정의 힘’도 여기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만능키라도 세상에 모든 자물쇠를 다 열 수는 없다. 하지만 새해에는 이 ‘긍정의 힘’이 널리 읽혀 많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기를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