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진칼럼 ■ 집필위원 임명룡

▲임명룡 집필위원
결혼을 한 지 햇수로 18년,
아내는 어느새 옅은 검버섯에 솜털 까뭇해진 손으로 조물조물 국수를 돌려말아서 휴일 오후 입맛을 돋우어 준다.

마른멸치와 다시마로 담백하게 우려낸 국물을 적당히 붓고 깨소금 양념장에 고명을 살짝 얹어먹는 울진표 이바지 국수다. 이 때 맛을 결정짓는 것은 역시 울진산 마른멸치다.

오래전에 고향 친구가 멸치 한 상자를 소포로 보내온 적이 있었다. 소포상자 멸치를 신문지로 살뜰히 포장해서 보냈는데, 그 신문지가 울진신문이었다.

울진바다 냄새가 거실을 가득 메운 가운데 처음 만난 고향 소식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그때의 느낌은 잊을 수 없다. 천리 밖 울진과 소통이 된다는 반가움이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소중한 소식지가 되어준 울진신문이 드디어 창간 18주년을 맞이했다. 인구의 절반, 경제력의 80%가 수도권에 집중한 우리나라에서 지역신문이 뿌리내리기에는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사명으로 지난 18년간 울진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입이 되어준 울진신문에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발행인 전병식 주필을 비롯하여 김종율 사장님과 울진신문 임직원 여러분들의 열정과 지역사랑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는 바이다.

울진신문은 지난 18년간 울진의 사회현상에 대한 정확한 보도 및 활발한 참여 활동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군민의 지역공동체적 정체성을 밝혀준 ‘성씨(姓氏) 특집’은 지역 신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준 획기적 기획이었으며, 유사(有史) 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울진을 심어준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의 단초를 제공한 것도 울진신문이었다.

특히, 미래 산업인 친환경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울진신문이 보여준 노고와, 행사의 성공을 위해 임직원들이 펼쳐준 지상(紙上)중계는 지역 사랑에 대한 울진신문의 열정을 읽기에 충분했다.

이제 창간 18주년, 열정이 완숙의 단계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제대로 우러난 국물이 제 맛을 내듯, 중년의 주부 손에서 손맛이 나듯, 이제 울진신문은 한층 성숙된 지역 언론의 역할을 할 때이다.

 ‘정론직필’의 열정은 그대로 가슴에 담고 완숙한 언론으로서의 포용과 소통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얹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해 온대로 언로言路의 책임과 의무를 꾸준히 하면서 지역민의 소통적 매개체 역할까지 충실히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흔히 완숙한 단계에서 범할 수 있는 실수들을 경계해야 한다.
더욱 고개를 낮추어 낮은 목소리를 듣고 고위(高位)에 고언(苦言)을 하는 언론이어야 한다.
스스로 권력화, 특권화 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해야 하고, 지역신문이 더러 범하는 신문 경영의 부산물?에서 초연해야한다. 고전古典 대학大學에서는 십목소시十目所視(열 사람의 눈이 바라보며) 십수소지十手所指(열 개의 손가락이 가리키니) 기엄호其嚴乎(그 엄함이여)라 했다. 언론이 개인 사주의 정치적이나 사업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누구보다 독자들이 먼저 안다.

끝으로, 지역신문이라도 언론은 어디까지나 공공재(public goods)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을 명심하고, 우리 군민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소통하는 도구로서 미래 100년을 향해주기를 기원한다.
창간 18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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