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진논단 ■ 전병식 주필

▲ 전병식 주필
댁은 어디서 왔어요?
울영군에서 왔습니다.
군청소재지가 어디죠?
영덕읍입니다.
시청은 어디 있습니까?
포항에 있습니다.
거기는 고향이 어딥니까?
영주도(시)입니다. 도청은 영주에 있습니다.
그 쪽은요?
강경현입니다.
강경현도는 어디죠?
태백입니다.

이처럼 행정구역개편은 사람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바꾸는 행위다. 정부와 국회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행정구역개편에 따른 법률을 마련하고, 19대 총선 전인 2014년까지는 개편하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 개편과도 연관이 많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거구 개편은 획일적, 반강제적 통폐합이 가능하지만, 행정구역개편은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복잡한 정서상의 문제들이 숨어있어 고도의 정치`행정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정부와 국회가 행정구역개편의 당위성에 의존 밀어붙이다가는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물거품이 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전국의 접경 주민들간 갈등을 야기 사회혼란을 불러 올 수도 있는 민감하고도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120년 전에 획정된 행정구역을 개편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울진도 가능하면 신중을 기해 우리지역에 가장 유리한 최선의 개편안을 찾아내야 한다. 서두를 것까지는 없더라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그러나 섣불리 행정구역개편에 나섰다가는 울진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고, 울진사람들의 생활불편만을 야기할 지도 모른다. 특히 울진같이 고립되고, 영세한 기초단체로서는 혐오시설들이나 잔뜩 받아들여 땅값이나 떨어뜨리고, 삶의 환경은 악화될 수도 있다.

행정구역개편이야말로 백년대계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한번 고치면 최소 백년은 갈 것이다. 지금까지 울진의 미래전략 그림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실용적이고, 견실하게 지어야 할 것이다.

마산과 창원이라든지, 포항과 경주, 구미와 칠곡 같은 곳은 인접하여 거의 동일 생활권이거나, 세력이 비슷하거나 혹은 한쪽 포용할 수 있어 통합하면 여러가지 상승 이익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시청 또는 도청을 어디에 두든, 명칭을 어떻게 쓰든, 흡수 통합되든, 물리`정서적인 동질감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울진은 다르다. 현재 주민들은 크게 포항이나 영주, 또는 삼척`태백과의 통합구도를 그리고 있는데, 포항과는 거리가 멀어 생활권이 다르고, 영주는 흡수 통합할 만큼 강성하지 않다. 삼척`태백 쪽은 떨어져 지냈던 시간이 너무 오래 되었다.

얼마 전 김용수 군수는 행정구역 개편에는 동의하나 흡수되는 통합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상황에서는 권력의 태생지인 포항으로 흡수당하는 통합이 당분간은 울진군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모양상으로도 기형적일 뿐만 아니라, 울진주민들이 가장 불편해 할 정치적 발상이다.

영주쪽으로의 통합은 수도권에 접근하는 지리적인 이점이 있으나. 이 또한 거리가 멀고, 정서상 생경한 조합이다. 행정기관 소재지를 두고도 울진에서 그냥 양보할 만큼의 강세가 아니라, 주민들 간 갈등의 소지가 가장 커 보인다.

김대수 삼척시장은 얼마전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적으로 손짓하고 있다. 울진은 1961년 전만해도 강원도 땅이였으며, 타지역에 비해 정서상으로는 가깝다. 그리고 또 인접한 거리에 있어 주민생활이 편리할 것이라는 장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합은 현재의 도 경계를 뛰어 넘어야 하고, 또 행정구역개편에 뒤따를 선거구 개편이 이루어 질 것인데,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릴 정치인들의 동의를 구해 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어떤 타향인은 먼저 영덕과 소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게다가 주장하는 사람이 영덕사람이라면. 우선 군청을 어디다 세울 것인가? 울진과 영덕의 경계지역에 신축한다? 아마 십중팔구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영덕읍에 두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들이 댈 것이다.

명칭은 또 어떻게 하고? 울진군 아니면 영덕군, 아니면 울영군? 통합하면 그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더 큰 이익이 있어야 한다. 영덕군과 울진군은 전반적인 특징이 비슷해 덩치만 키운다는 생각이다.

행정구역 통합은 산 넘어 산이다. 그러나 어떤 조합이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는 있다. 아직은 시간도 남아 있다. 그러나 준비는 지금부터 해야 한다. 어떤 원칙과 기준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통합 그림이 울진에 가장 유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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