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르스탄 국립 전통 오케스트라 초청공연
자유롭고 경쾌한 서민적 음악에 관객 매료

공연이 끝나고 단원들은 제각기 악기를 챙겨 무대를 떠나지만 관객들의 박수소리는 멈출 줄 모른다.

“한바탕 마당놀이를 즐기고 난 느낌입니다. 클래식이 이렇게 우리 정서에 맞고 친근하게 다가올 줄 몰랐는데, 지역에서도 이런 수준 높은 공연을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상기된 표정으로 연주회장을 나서던 한 관객은 이렇게 표현한다.

울진문화원(원장 전인식)주관으로 마련된 타타르스탄 국립 전통 오케스트라 초청공연이 지난 4일 오후 7시 청소년수련관 대강당에서 있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울진을 찾은 타타르스탄 국립 전통 오케스트라는 매년 크렘린 대통령궁에 초대받는 러시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지난 1980년 창단된 이래 공훈예술가 직위를 받은 지휘자 슈티코프 아나톨리가 이끄는 단원 60여 명이 1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전통악기로 연주하며 전 세계 순회공연을 해오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8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타타르스탄 공화국은 몽골족의 후예인 타타르인이 원주민과 같이 세운 나라로서, 수도 카잔은 러시아 대문호 막심 고리키와 톨스토이가 젊은 시절을 보냈으며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를 놓고 광주시와 경쟁을 벌였던 곳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타타르족의 문화와 정신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평을 듣는 타타르스탄 국립 전통 오케스트라가 첫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깔끔하게 정돈된 정통 클래식 음악에 익숙한 청중들은 다소 생경함을 느낀다. 하지만 연주가 거듭될수록 서민적이며 자유롭고 편안한 음악에 매료되어 마치 시골장터의 흥겨운 축제에 온 것처럼 유쾌해진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객석으로 내려온 연주자는 춤을 추자고 관객을 일으켜 세운다. 단지 정교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지휘자와 연주자가 관객과 교감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신명난 놀이판에, 관객은 이끌려 들어가 양복 입은 중년의 아저씨도, 사춘기 여학생도, 유치원생도 함께 박수치고 환호한다.

물론 타타르스탄 전통 음악이 우리 국악과 같이 5음계를 사용하고 발랄라이카 등 전통악기가 표현해 내는 동양 특유의 서정성에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탓도 있다. 민중의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고 함께 교감하기 위해 전통악기에 맞게 음악을 재해석한 그들의 노력도 한 몫 한다.

지휘자 슈티코프 아나톨리의 익살스럽고도 노련한 지휘로 정통 클래식에서부터 러시아 민속음악, 오페라와 영화음악을 넘나드는 다양한 레퍼토리와 선율에 감동하고, 러시아 공훈 테너 말리 코프테너와 소프라노 레지다의 목소리에 매료되는 사이 1시간 30분의 공연은 끝이 났다. 깊어가는 가을밤, 가족과 동료와 함께 공연을 보고 총총히 귀가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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