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초점 ■ 김 진 문 논설위원


   ▲ 김진문 논설위원
1.다양해진 우리 나라의 학교 유형


신울진원전부지 수용 선결 조건 중 8개 대안 사업의 하나인 한수원 주도 자율형 사립고 설립문제가 지역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자율형 사립고, 과연 공익을 위한 선택인가, 아니면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인가? 먼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 나라 고등학교 유형을 간략히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인문계)는 도덕,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외국어등의 보통과목을 가르치는 학교를 말한다.

예전의 실업계고( 농업, 공업, 상업등의 학교)를 요즈음은 전문계고라 하는데 특성화고등학교(영상제작, 관광, 통역, 인터넷고, 조리고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과학, 외국어, 예술방면의 재능을 지닌 학생을 교육시키는 특수목적 고등학교(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예술고 등)가 있으며,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하고 자유로우며 자연친화적인 교육과 공동체의 삶을 지향하는 대안학교 등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육수요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초·중등학교가 교육내용별로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른바 농산어촌 교육발전을 목적으로 1군 1교의 기숙형 공립 고등학교(울진고의 경우)가 있으며, 마이스터(Meister)고는 국내 최고의 기술명장 육성을 목표로 하는 전문계 고등학교이다.

개방형 자율고등학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육성하는 새로운 개념의 공립학교로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의 전인교육을 시도하는 고등학교이다. 개방형 자율고는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에 대응하는 형태의 공교육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07년 3월부터 4개교를 시작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여기에 이름초차 비슷한 자립형 사립고와 자율형 사립고 등이 있다.

2.자립형 사립고와 자율형 사립고는 어떤 학교인가?

한편 개방형 공립자율학교, 자율형 사립고와 자립형 사립고는 교육과정을 좀더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된 학교를 말한다.

교육과정이란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가에서 제시된 내용과 기준을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배워야할 교과목과 시간수가 정해져 있다. 현행 교육과정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10년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으로 정해져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교과를 배우도록 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2, 3학년은 ‘선택중심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의 진로에 따라 배울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2002년부터 민족사관고·광양제철고·포항제철고 등 6개 고교에 한해 2010년 2월까지 시범운영 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도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왜냐면 교육과정, 납입금 등에서 자립형 사립고보다 자율권이 대폭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자율형 사립고는 기숙형고, 마이스터고와 함께 현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교육’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교육과정의 절반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일부 교과목의 확대 편성, 교과 교실제, 무학년제 도입 등 학생의 요구에 따른 맞춤 교육을 할 수 있어 내년에 서울 경희고 등 11개 학교가 자율고로 운영되며 2011년까지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있다.

간략히 자립형과 자율형 사립고를 비교하면 표와 같다.

3.자율형 사립고에 대한 찬반의 입장

최근 특수 목적고인 외국어고가 학교 설립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목되어 폐지논란에 휩싸여 있듯이 자립형 사립고와 자율형 사립고도 마찬가지로 찬반 논쟁이 계속 되고 있다. 다음은 특수목적고와 자사고 설립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첫째 이들 학교가 무엇보다 일반계의 3배에 달하는 비싼 납입금을 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나 특수목적고도 연간 학부모 부담금이 1천만 원 이상을 웃돈다는데, 자율형 사립고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둘째 사실상 엄청난 교육비를 감당할 고소득층의 자녀들에게 입학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으로 계층간의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셋째 이미 특수목적고에서 보듯이 자율적인 교육과정 편성 권한을 이용하여 소위 일류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입시위주의 변칙적 학사운영과 국·영·수 위주의 공부로 학교가 공인된 학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넷째 일부 우수학교를 육성하여 기업처럼 학교들을 무한경쟁 시키겠다는 발상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 인간을 다루는 교육활동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다섯째, 이른바 학력 만능중심의 줄 세우기 교육을 비판하고 있다. 초·중·고 12년 교육의 최종목표가 소위 일류대학 입학과 그 진학자 수에 따라 명문학교로 인식되는 왜곡된 교육현실을 비판한다.

이들은 결론적으로 자율형 사립고 또한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처럼 일류 대학진학에서 유리한 조건과 환경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며 따라서 유·초등학교시절부터 사교육을 더욱 촉발시키고 교육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부의 독점이 이른바 교육을 통한 신분의 대물림과 고착화를 우려한다. 교육이 이렇게 될 때 이제는 개천에서 지렁이 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자율형 사립고 설립 찬성론자들은 첫째 우수한 학교를 육성하여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공교육 전체의 수준을 끌어 올려 사교육을 줄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둘째 그간의 평준화 정책으로 수월성교육이 미비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쟁을 강화하여 우수한 학생들의 재능을 더욱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교육수요자 입장에서 학부모들의 다양화된 교육욕구에 따라 학교체제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50%의 자율 교육 과정운영이 영·수·국 위주의 입시교육으로 치우칠 거라는 비판에 대해 지금의 고등학교 교육이 인성교육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교육과정 자율로 입시교육이 강화된다고 해도 사교육 시장에 대한 억제효과가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만하다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질 높은 공교육을 통한 사교육비 흡수론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간의 무한경쟁은 불가피하며, 교육도 자율과 경쟁으로 우수한 인재육성을 꾀해야 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충분한 배려로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다는 논리다.

4. 현실적 대안과 울진의 경우

현재 자율형 사립고 문제와 관련하여 울진지역에서도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먼저 반대 여론을 살펴보면, 일단 새로운 학교를 세우기보다 기존의 지역 공립고교를 더욱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지역 고등학교 간에도 서열화 되어 위화감이 조성되어 있는 터에 자율형 사립고가 설립·운영되면 기존의 지역 고등학교의 추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국민세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수원의 재원을 자율형 사립고의 일부 소수 학생에게만 혜택을 주었을 때의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과 바꾼 재원을 지역의 초·중·고 학생교육에 고루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우선 자율형 사립고 설립은 애초 신울진원전 부지 수용조건의 대안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울진에도 횡성의 민족사관고 같은 소위 사립명문 고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울진지역의 우수 학생들이 타 지역고등학교로 진학하지 않고, 보다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모집단위와 선발을 전국 단위로 할 경우와 장학혜택 범위를 확대운영하면 전국의 명문사립고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영의 묘를 잘 살린다면 울진지역의 교육과 경제를 다 함께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관해서는 반대론자들은 민사고가 있는 횡성군에 어떤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위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우리 나라 교육현실은 워낙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보인다. 지나친 이상론과 현실론 모두 경계해야 할 것이다. 어느 시대나 사회문제는 구성원들의 협의가 필요하다.
교육문제도 마찬가지다. 교육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무한 경쟁이 아니라, 만인의 만인에 대한 공공선을 지향해야한다. 더구나 교육문제는 국가의 백년대계로 공익성을 추구해야 하는 사업이다.

현재 자율형 사립고 설립문제가 지역 현안으로 급부상하자 한수원 측에서는 아직 설립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나, 어쨌든 여러 사람이 공감할 만한 바람직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충분한 여론수렴과 논의 과정을 통해 논의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지역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논리로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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