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작가라기보다 감동적인 자기 삶의 연주자 / 좋은 작품을 찍었을 때의 성취감은 존재의 의미

나른한 오후 2시 중년 신사 한 분이 신문사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특별히 눈이 맑고, 우유 빛 혈색에 건강미가 넘쳤다. 지금까지 숱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이 분 만큼 단정하고 속까지 깨끗하게 느껴지는 인상을 지닌 분은 처음이었다.

그는 본사 주최 디카 사진공모전에서 ‘삶의 흔적’을 출품하여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하게 된 김정규(61세)씨였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한 번에 찍은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찾아가 공을 들였는데, 작품속의 할머니 삶의 흔적을 손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마침 식사 중이라 손에 포인트를 맞출 수 있었지만, 손 아래 부분은 의도적으로 컷팅했다고 밝혔다.

본래 그는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수십년 전부터 사진에 관심을 가져오다가 현재는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다. 84~85년 경 결성된 울진의 사진 취미클럽 ‘심영사진동우회’의 창립 멤버였다.
신라미전, 경북도전, 한국·대만 국제사진공모전 등에 10여회나 입선하고, 포항 문화방송 촬영대회, 진해 군항제 전국대회 동상을, (주)코오롱 전국사진공모전에서는 대상도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울진읍내에 코닥필름 대리점을 차려 사진 기자재도 판매하고, 현상도 해주면서 87~88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했었다. 어린시절부터 사진뿐만 아니라 음악 등 예능부문에 소질을 보였다.

중학생일 때 산림청 공무원이셨던 그의 부친이 ‘세계무역박람회’를 관람한 후 독일제 아가파 흑백사진기를 사오면서 사진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사진기 내부를 열어 구조를 연구하고, 촬영과 현상기법을 익혔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주제설정을 명확히 해야 하고, 구도를 잘 잡아야 하며, 빛의 예술이므로 측광, 역광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을 오래 찍다보면 예술성이 깊어지고,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며, 정성들여 맘에 드는 작품을 찍었을 때의 성취감은 그 무엇에 비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울진원자력발전소 건설 초창기 외국인들을 주 고객으로 울진읍내에 ‘롯데파이오니아’ 오디오 판매 대리점을 운영하다가 89년 40세 경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인천으로 출향했다. 출향 14년만인 2003년 그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혼자 귀향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다.

특별한 의지력의 김 작가는 점차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고, 수년전부터는 사진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건강 비결에 대해서도 남달랐다. 건강의 절반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평안히 다스리는 것이 첫째이고, 음료수와 인스턴트식품 종류는 금하고, 된장과 김치의 초라한 반찬으로 세끼 식사를 놓치지 않는 것이 둘째이며, 등산이나 운동을 하되 절대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만나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나이와는 다른 김 작가의 맑고 깨끗한 인상에서 이미 예술적인 체취가 느껴지며, 감동적인 작품은 그와 별개가 아니라 그에게서 우러나온 하나의 분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병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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