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자비도량 불영사 주지
손끝이 아리다. 생강잎과 홑잎 따느라 나뭇가지에 스쳐서일 게다. 봄이면 생강잎과 홑잎 따다가 차를 덖어서 선다일미(禪茶一味)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이것도 바로 산에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천축산은 높지는 않으나 길이 제대로 나있지 않아 무턱대고 올랐다간 길을 잃기 십상이다.

길 없는 길을 걸으며 평생을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다가 길에서 돌아가신 부처님의 삶을 떠올려 본다. 부처님 오신 날에 즈음하여 부처님은 누구이며 이 땅에 오신 참 뜻은 무엇인지 그리고 등 공양을 올리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자.

부처의 본래 발음은 ‘붓다(Buddha)’라는 고대인도 언어로서 ‘깨달은 자’란 뜻이다.

그러므로 부처란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깨달은 사람’을 총칭하는 보통 명사이다. 따라서 무릇 생명 있는 자 모두 불성이 있으니 바르게 믿고 수행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다만 내가 본래 부처임을 모르고 어리석음으로 무명업식만 더하는 사람, 나 자신이 본래 부처임을 믿고 실천 수행하는 사람만이 각자의 한 생각에 따라서 있을 뿐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2500여 년 전 인도의 왕족으로 태어나 왕궁의 화려한 생활을 버리고 출가하여 세상사 근본 이치를 깨닫고 생노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가르치신 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스승이 훌륭해도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듯이, 스승은 길라잡이일 뿐이다. 바른 길과 방법을 제시하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할 뿐, 그 스승을 그저 믿기만 한다고 해서 우리가 저절로 구원되는 것은 아니다. 목마른 자 직접 물을 마셔 갈증을 해소하고, 배고픈 자 스스로 밥을 먹어 허기를 면해야 하는 것과 같다.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겉으로 화려하고 사회적 지위는 올라가야 성공한 삶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생겨난 모든 것은 무상한 것이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하면 할수록, 더 높이 오르려고 하면 할수록 그 욕심만큼이나 고통의 크기도 커지는 법이다. 채우기 보다는 비우고, 많이 가지려고 하기 보다는 나누며, 잘난 척 하기보다는 겸손하고, 시끄럽고 화려한 것보다는 조용하고 검소한 데서 진정한 행복은 찾아진다.

이것을 몸소 깨닫고 실천하신 분이 부처님이시며,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음을 일러주신 분이 부처님이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심은 무명에 가려져 본래 내 안에 갖추어져 있는 본성을 알지 못하고 생노병사의 고통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함이다.

진정한 행복은 참 나를 찾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이다. 내가 있으므로 너도 있고,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먼저 나 자신을 맑히고 가족과 이웃의 화합을 도모하며, 나아가서 온 세계가 청정하기를 발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내가 이 세상의 주인이며,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자비심부터 키워야 한다. 해마다 부처님 오신날이 되면 불자들은 사찰을 찾아 등을 밝힌다. 각 등에 담긴 사연도 가지가지다. 소원성취등, 시험합격등, 건강발원등, 사업번창등 등…. 불교에서 등을 밝히는 것은 번뇌와 무지로 가득 찬 중생들의 세계를 밝게 비추어 모두가 고통의 근원인 무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기원을 담은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으로 켜는 정성이 담긴 등이 제일이다. <현우경>에 나오는 가난한 여인의 등불 이야기가 부처님 오신날 어떻게 등을 켜야 하는지 가장 잘 시사해 주는 예일 것이다. 부처님 당시 난타라고 하는 가난한 여인이 공양을 올리고 싶었으나 너무 가난하여 부처님께 공양 올릴 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구걸하여 얻은 동전 두 닢으로 기름을 사서 작은 등불 공양을 올리면서 지극한 마음으로 내생에는 부처가 될 것을 서원했다고 한다. 밤이 깊어지자 다른 등불은 모두 꺼졌으나 이 여인의 등불만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정성으로 밝힌 등불은 믿음을 성취시키고 지혜를 증장시키며, 결국에는 성불의 씨앗을 심는 공덕이 되기에 자기의 어둠을 밝히는 자등명(自燈明)이다. 올해에는 좀 특별한 등 공양을 올려보자.

소아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대아적인 등을 밝히자. 세상을 맑히고 밝히는 자비의 등을 켜자. 소원성취등을 밝히되 마음으로 밝히는 소원성취등, 마음으로 켜는 시험합격등이 되게 하자.

아울러 생명있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발원하는 행복의 등,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는 참회의 등, 나와 이웃을 사랑하는 사랑의 등을 공양 올리자.

그리고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마음을 자비롭고 세상을 청정하게 하는 뜻 깊은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어버이날 맞아 전의경 어머니회에 감사 전의경 어머니회(회장 김계분)는 대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하여 음식을 장만하여 경찰서를 방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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