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문 논설위원
 어스름한 저녁나절/외진 구석 골짜기에/한 마리 비둘기 새끼/죽지 찢긴 채 나뒹굴 듯 떨어져서/화장실 지붕을 고집하다

//궁금증이 새벽을 일으켜 주춤주춤 다가가니/밤새 내린 서리에 사지를 부르르 떨며/목을 웅크린 채/체념한 듯 드러눕다.

//몇 번이고 날려고/퍼드득 퍼드득/날개깃에 힘을 싣더니/끝내 구슬픈 울음을 토해낸다/구~구 구~구

//눈망울은 초롱초롱 경계의 빛/돌아본 사이/몇 알 좁쌀 훔쳐 먹고 입 다문다./그러고는 먼 산을 응시 한다./가족 품에 되안길 그 날을!/힘차게 날아오를 비상을 꿈꾸며. (권진구)


飛翔, 날짐승만이 하늘을 날아오른다 하겠는가?

모든 생물은 날아오르기를 꿈꾼다고 한다. 나무는 가지가 하늘로 오른다고 하겠지만 어찌 보면 뿌리도 땅속에서 비상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보면 뿌리도 하나의 비상이다. 날아오른다는 것, 육체와 영혼의 자람이다. 한편으로 억압과 꽉 막힘에 대한 탈출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시는 죽어가고 있는 작은 생물에 대한 연민과 자신의 일상과 처지도 언뜻 엿보인다. 농사꾼 권진구는 언제나 비상을 꿈꾸는 사람이다.

그와 내가 알게 된 것은 문학 활동을 하면서였다. 당시 그는 공직에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최근 그를 만났다. 한 7년 만이다. 악수하는 그의 손아귀에는 힘이 꽉 느껴졌다. 무척 건강한 얼굴이다. 산골에서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운다고 했다. 갑자기 사라진 까닭을 알 듯했다.

건강 때문이었다.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벗하니 몸도 단단해지고 마음도 허허롭단다. 차 한잔하면서 나눈 이야기가 대흥리 입석동 산머리에 흐르는 구름처럼 자유롭다.

또 다시 비상을 꿈꾸는 농사꾼 시인, (내가 붙여주었다.)그에게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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