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포기우회 소속 홍일점 6~7급 수준
주민 510명 중 노인 절반의 말벗과 생활 상담사

어제 밤에도 후포에 나가 기원에 들렸습니다. 그러나 회원이 한 분도 없어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요즈음은 바둑도 사이버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바둑을 두면 집중하게 되어 잡념이 없어져 정신 건강에 좋을 테죠. 두뇌 활동을 촉진하니 늙어서 치매에 걸릴 확률은 적을 것입니다.

그러나 울진에서 학생들을 제외하고, 성인 여성중에 아직 바둑을 즐기는 분을 보지 못했습니다.

바둑은 남녀노소가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남자들 숲에서 바둑을 둘 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담배 연기입니다.

바둑을 두시는 분들 중에는 아직 골초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둑 TV를 즐겨 보며, 대리만족감을 얻기도 합니다.

중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셨는데, 그때 실력을 그대로 유지하다보니, 잘 두지는 못합니다. 기원바둑 6~7급 수준 쯤 될 것입니다. 대회에도 서너번 참가한 적도 있지만, 여성부가 없어 남자들만 상대하다보니 입상은 하지 못 했구요.

울진 바둑계 홍일점인 박인숙(55세) 소장의 고향은 본래 대구시내이다. 울산에서 병원에서 일하다가 진료소장 시험에 합격하여 전남 보길도가 초임 발령지였다.

결혼하고 그만두었다가 다시 복직하여 합천에서 근무하다가 울진에 온지 13년째인데 지금까지 소장 경력이 26년째로서 진료소 업무의 베테랑이다.

오곡진료소는 오곡1,2리 황보1,2리 약 213가구 510여명의 주민들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주민들 중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으로 만성질환자나 퇴행성의 노환자가 많습니다.
거동불능 환자나, 치매 환자, 독거 노인세대에는 월 1~2회 순회하며 머리도 잘라주고 목욕도 시켜줍니다.

요즈음은 노인 돌보미 사업이나, 봉사단체가 많아 힘들지 않습니다. 이·미용 기술을 배웠 두었는데, 시골 노인들이 매우 좋아 합니다. 남편과 아이들의 이·미용도 제가 다 해줍니다.

보건복지부 사업 중에 농어촌지역 진료소 사업이 가장 성공한 사업 중에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감기, 설사, 신경통과 만성질환자들의 투약과 관리를 저희들이 대신해 줍니다.
주민들은 병원에 자주 가지 않으니, 시간·경제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의료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되어 결국 보험료수가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주민생활 상담사 역할도 합니다.

노인세대가 많다보니 집안의 어려운 일이나, 내용을 잘 모르는 고지서가 날아들면 찾아와서 상담을 하고, 심지어 농협일이나 관공서 볼일도 대신해 주기도 합니다. 현재 시골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 여성들이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박소장은 아이들이 다 컸고 영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남편과 주말 부부로서 시골에서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이 단지 어려움이라고 한다. 그래서 중간쯤인 영덕 해안에다 별장 겸 노후를 보낼 저택을 지었다.

박소장은 끝자락에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돈만 있다고 노후 준비가 된 것이 아닙니다. 건강하고, 취미가 있고, 함께 할 친구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여성으로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있죠. 현재의 진료소장의 생활에 만족합니다.

                                                                  /전병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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