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병 식  주필
공무원들이 직무를 유기하거나, 월권하거나, 특혜를 주거나, 뇌물을 수수하는 것 보다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 가장 악질적이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공무원들의 국민기만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어 아쉽다.

우리나라 정당의 대변인들 성명을 들으면서 역겨울 때가 많다. 뻔뻔스럽게도 북한방송의 아나운서처럼 종종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옳지 않거나, 거짓말을 시킨다고 대변인 직을 그만두었다는 사람은 없다. 대변인 안하면 국회의원을 못하는 지, 국회의원 안하면 먹고 살지 못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주식회사이지만 국민기업이다. 자본금 100%를 한국전력공사가 투자한 한전의 자회사다. 한전은 어떤가? 한전은 민영화 과정을 거쳤지만, 정부가 51%의 주식을 가진 공기업 회사다. 따라서 한수원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공무원이나 진배없다.

그러므로 한전과 한수원의 사실상의 주인은 국민, 바로 우리들이다. 한수원의 경영결과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 온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직접 한수원의 운영에 참여할 수는 없으므로 한수원에 재직하는 공무원들이 우리들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사장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임명하며, 공공기관으로서 국회나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다. 이처럼 한수원이 운영하는 원자력발전소는 국민 전체의 것이지만, 울진에 있으므로 울진사람들은 주인으로서 간접적으로나마, 마땅히 관여할 권리가 있다.

울진원자력발전소는 물론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가장 기피하는 최고의 위험한 혐오시설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감시 감독이 더욱 엄중하며, 중요한 변동·변경에 대해서는 주인인 군민들에게 사전에 알려 소통하고 있다.

만일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운영해 나간다면, 주민들의 불신으로 원자력 사업 추진에 애로를 겪는다. 그래서 원자력 사업에 있어 순수 기술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 소통의 방법인 대주민 홍보다.

매번 원자력 사업에 있어 지적 받아온 것은 국민들을 속인다는 것이다. 밀실에서 은밀히 추진함으로서 불신을 자초한다. 최근 불거진 1,2호기 증기발생기 교체사업도 그중의 하나이다.

증기발생기 교체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승인을 받아야 할 수 있는 극히 중요한 사안으로 발전소 수명 연장에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울진군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울진군과 울진원자력측의 의견이 다르지만, 현재 교과부에서 ‘울진원전 1, 2호기의 증기발생기 교체를 위한 실시계획 변경 신청’에 대해 승인을 받았거나, 심의중인 것만은 확실하다.

원자력 발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기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다. 원자력발전소의 설계수명이란, 결국 이들 핵심기기의 수명이라고 보아야 한다. 수천개의 연약한 세관으로 이루어진 증기 발생기는 일부 관이 터져 약 1년6개월 마다 정기적으로 2~3개월간씩 정비를 해 오고 있다.

결국 울진원전 1,2호기의 설계수명이 40년이라고 하지만, 핵심기기인 증기발생기 수명이 다해 30~40년 사용가능한 새 것으로 전부를 교체한다면, 이는 발전소 수명 연장의 시작에 다름없다.

자동차 운전수가 차의 엔진 수명이 다해 보링한다면 차주에게 알려야 한다. 최소한 주인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운전수 단독으로 보링한다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한수원은 말로는 지역민과 상생하며, 함께한다면서 정작 중요한 일은 은밀히 추진한다.

그리고 증기 발생기는 노심을 통과하는 1차측 냉각수에 노출되어 방사능에 피폭된 오염정도가 매우 심한 방폐물이다. 이 덩치가 큰 쇠뭉치 덩어리의 폐기될 증기발생기를 보관기간이나 처리방법도 결정하지 않고 저장시설을 짓는다고 하니, 어쩌면 울진에 하나의 방폐장이 들어오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울진원전 1,2호기 증기발생기 전부 교체는 울진에 새 원자력발전소 두 개를 추가하는 계획시발의 획책이며, 폐기될 증기발생기의 저장고는 울진에 작고 불안전한 야외 방폐장 하나를 주민들 모르게 소리없이 지으려는 주민 기만의 작태다.

이번에 울진에서 벌어지고 있는 원자력 사태는 임광원 군수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며, 강석호 의원의 울진 애향심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민의 대변기관인 울진군의회의 진정성을 가름할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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