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산처럼 자연처럼 백병산 자락에서

옛길 옛사람 옛 생활 찍고 듣고 기록하고

애송이는 가고, 세월은 서라! 할 일 많으니…


 

                                         주보원  (전곡리 거주)

서면에서도 깊은 산골 전곡리 전내 마을에 귀하신 어른 한 분이 살고 있다. 주보원씨는 75세의 연세에도 건강한 체력으로 향토문화와 자연 보존을 위한 노력이 여느 젊은이 보다 활발하다.

이 땅을 살다간 사람들의 옛길을 찾아 나서는가 하면, 사라져가는 삶의 흔적과 희귀한 들꽃들을 발굴`발견하여 기록하고 있다.

그의 현재 직함은 울진군 문화원 이사로서 향토사연구회원이며, 전곡리 노인회장으로 봉직하고 있다.

1천여종의 식물 이름을 알고 있다는 그는 50명 회원의 울진야생화연구회 회장직도 맡고 있으며, 울진군에서 추진중인 소광리 금강송군락지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추진위원이다.

그는 고향은 울진이지만, 태백에서 성장하고 도계초,중, 묵호상고를 나와 군대를 갔다가, 조부님들이 계시던 울진읍 호월리에서 2~3년간 젊은 날을 보낸 적이 있고, 이후 쭉 대구에서 생활해 왔다.

75년도에 광산 일 관계로 귀향해서, 약 3년간 전곡리의 새마을 지도자를 역임한 적도 있다. 그 당시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곡리 3개의 자연부락을 연결하는 수동식 전화기 3대를 설치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전인 95년도에 도시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귀향하여 현재 살고 있는 원곡리 전내 마을에 정착하고 있다. 그는 귀향하자마자 백병산의 사계를 사진과 비디오에 담기 시작했고, 야생화에 심취하여 ‘땅으로 기는 패랭이’ 등 12종의 희귀한 들꽃들을 찾아냈다.

뿐만 아니라 울진~봉화간의 12령 보부상길 길을 찾아나서 약 3년간 이 길의 흔적이나, 보부상 관련 유물이나 유품들의 사진을 찍고, 후손을 만나 증언을 채록하여 98년도에 울진군 문화지 ‘사향’ 에 ‘12령 부상고도’ 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12령 옛길에 대한 역사적 궁구는 얼마전 산림청에서 금강송숲길을 복원할 때도 자문해 주었다.

그는 이 논문을 통해 12령 길이 울진에서 봉화까지가 아니라 ~ 춘양까지이며, 여상들이 없었으므로 보부상길이 아니라, 엄밀히 말해 ‘부상’ 길이며, ‘12령’이란 의미는 12개의 고개들을 특정하고 있다기 보다 옛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서린 ‘열두고개’ 라는 정서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2년간 화전민들의 주거, 생활, 문화, 유물들을 조사하기도 했으며, 홍문관 수찬의 벼슬에 올랐다가 인조반정에 유배되어 원곡리에 잠들었던, 영천이씨 수찬공파조의 묘소를 찾아내어 후손들로부터 칭송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또 선인들의 화투놀이로서 이제는 거의 사라져간 ‘사씨랭이’ 놀이를 재현했다.
그는 이 놀이가 화투로써 돈을 걸고 하지만, 도박이라기 보다 작은 돈을 걸고, 주로 상가집에서 밤을 세우기 위해 했다는 것이다. 조사를 해보니, 봉화, 울진, 태백 일대에서만 유행했는데, 4명까지 한 조가 되어 사설조의 노래를 부르며 노는데, 노랫말이 산촌 농민들의 서민생활 정서가 구구절절에 묻어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옛날 전곡 일대의 금강송 원목들을 운재, 종구, 발구하여 낙동강에 뗏목을 띄워 하구까지 내려보내 배로 한양으로 운반했던 전 과정을 발굴 복원했다. 수년전 KBS방송에서 촬영준비까지 마쳤으나, 방송국 사장 취임과 관련 노조 반대 운동이 일어나면서 무산되고 되었다고 한다.

그는 많은 향토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물에 대한 사진을 갖고 있는데, 광회분교 운동회, 원곡마을 풍경과 생활상, 사씨랭이 놀이를 비디오로 촬영한 동영상도 갖고 있다.

그 나이에도 컴퓨터를 젊은이들 처럼 다룬다.
약 1년전에는 인터넷이 들어와 그의 작업에 많은 도움된다고.
왜 이런 깊은 산골에 들어와 사느냐고 물었다. 그는 울진의 산이 좋고, 물이 좋고, 들꽃과 산새들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자연과 닮아가고, 이처럼 건강해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냐고.

주보원 회장을 만나고 나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있는 생의 보람일까…. 마음의 바랑속에 화두 하나를 넣어 가지고, 하문하러 다니는 나그네승 처럼 길을 나섰다.


                                                  /전병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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