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룡 논설위원

70년대 후반 울산의 한 사립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일이다.
학적부를 정리하시던 담임선생님께서 내 출신 중학교가 울진군임을 보시고, 당신께서도 젊은 시절 울진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면서, 강원도에서 교편을 잡고 울진을 거쳐 울산까지 근무지를 옮기게 된 과정을 지나가는 농담처럼 들려주신 적이 있다.

1963년, 경상북도로 편입되기 전까지 울진은 강원도에서도 교사들이 가장 배치되기를 꺼렸던 오지였는데, 경상북도로 편입된다는 소문이 돌고부터 교사들 지원이 폭주했다고 한다.

선생님도 그때 울진 근무를 지원했고, 다행히(?) 선택되는 바람에 강원도를 벗어날 수 있었다며 웃으셨다. 그러면서 ‘울진은 아직도 그렇지?’ 하시길래 2차선 포장도로가 곧 개통 될 것이라며, 그걸 자랑스레 말씀드렸던 기억이 새롭다.

얼마전 윤영기 전 울진초등학교장 선생님께서 울진신문에 기고 글을 통해 울진군에 재직중인 외지 출신 교사 수는 무려 72%나 되며, 몇 해 지나지 않아 초임교사의 훈련소라는 오명을 듣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셨다.

그나마 예전에는 시·군 교육장의 추천으로 교대에 입학한 2~3명의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해당 시·군에 근무토록 하는 제도가 있어서 지역 출신 우수교사들을 공급 받을 수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제도도 폐지되었고, 추천으로 배치되었던 교사들마저 벽지근무 가산점을 받아 대구시 주변으로 떠나버렸다고 아쉬워했다.

필자는 윤영기 선생님의 교육기고를 읽고 문득 30년 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울진은 아직도 그렇지?’ 라는 말이 떠올랐다. 강원도의 변방에서 경북의 벽지(僻地)로 변한 지 5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데 은근히 화가 날 정도였다.

지금과 같은 문제점에 대한 대책으로 윤영기 선생님은 울진군내 기존 장학재단의 협조나 군 자체 장학기금을 조성해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교육대학이나 공·사립 사범대학에 지망하도록 유도하여 교육인재의 자급자족을 이뤄야 할 것이라 덧붙이셨는데,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시급히 시행돼야 할 안건이라 생각한다.

근간에 고향 울진에서 전해온 소식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내용은 울진군이 전국에서 최초로 중·고등학생 학자금 전액지원 사업을 펼쳐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는 뉴스였다.

그 다음으로 군 출신 대학생 1,300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무엇보다 반가웠는데, 1,300명이 넘는다는 대학생 숫자에 놀랐으며 그들 하나하나가 울진의 소중한 자원이라는 생각에 미래가 든든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여기서 한 발 더 내밀어 우리 인재들을 제대로 키워낼 우수 교사 확보에 투자해 보자. 지금은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소리보다 자녀들이 좋은 교육을 받는 게 우선인 시대가 아니던가.

두보(杜甫)의 詩 천육표기가(天育驃騎歌)에서 끝 두 구절을 인용해보자면, 如今豈無 與 리오(지금인들 어찌 요뇨와 화류 같은 준마가 없겠는가), 時無王良伯樂死卽休라(세상에 왕량과 백락이 없어 죽고 말 뿐이라오). 했다.

天育이란 황실의 말을 기르는 곳이다.
천자가 타는 말은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명마로 요뇨와 화류도 그렇게 뛰어난 준마 이름들이다. 왕량은 조나라 양왕 때 사람으로 명마를 조련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던 사람이고, 백락은 진나라 목공 때 사람으로 말의 관상을 보는데 뛰어난 사람이다.

예부터 훌륭한 인재는 황실의 준마에 비유되었는데, 결국 두보는 시의 두 구절을 통해서 지금 요뇨와 화류 같이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고 길러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한탄하고 있다.
우리 인재들을 제대로 키워낼 우수교사 확보에 투자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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