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지 못한 아버지와 지극한 사랑 나눠



죽변고등학교(교장 구종모)에 등교시간 학생들의 두발·복장 검사를 하고 있는 학생 중에 전교 부회장인 3학년 장진미(18세) 학생이 있다.

진미 학생은 밝고 명랑하여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다. 지난 10월 초 성류문화제 그림그리기 대회에서는 수채화 부문 고등부 금상도 받았다.

그런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화가가 꿈인 그녀는 소녀가장이다. 같이 살던 할머니가 작년 10월 치매로 병원에 입원하였는 데, 올 7월 돌아 가셨다.

진미는 3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갔고,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아빠와는 영문도 모르게 헤어졌다. 할머니 손에 키워진 그녀는 현재 울진군에서 지원되는 40만원과 두 달에 한번 경찰서에서 장학금으로 지급되는 2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진미 아빠는 대구교도소에서 6년째 복역을 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할머니와 아버지 면회를 갔다. 너무 보고 싶었던 아빠지만 다가 갈수가 없었다. 밉기도 했지만 부끄러웠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혼자 아버지 면회를 갔다. 그리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젠 한 달에 한번 정도 다녀온다. 아버지와 부족한 이야기는 편지로 대신하고 있다. 지금껏 주고받은 편지가 250통이 넘는다. 편지를 쓰면서 아빠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지난 여름엔 교도소장님께 편지를 써 30분 특별면회까지 받았다며 웃는다.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잘 견디어내고 있는 그녀지만 남들이 가족 이야기할 때 제일 속이 상하다. 아버지와 찍은 사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찍은 사진이 유일하다. 두 번의 졸업식에 아버지가 없었고, 이번 고등학교 졸업식에 같이 찍을 가족은 없다.

그렇다고 슬퍼하지 않는다. 진미에게 아빠가 있기 때문이다. 차가운 방바닥에 전기장판이 유일한 온기를 느끼는 작은 방에서 생활하지만, 지원되는 돈에서 매월 십만원씩 아버지에게 보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녀다.

진미는 요즘 너무 자상해진 아빠가 있어 행복하단다. 교도소에서 성경이나 좋은 책들을 읽고 좋은 구절을 편지에다 적어 보낸다. 또한 그곳에서 재봉 일을 하며, 하루에 2~3천원 정도 버는 아버지가 목걸이를 선물했다며, 보여주었다.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해도 나의 아버지이고, 사랑받는 딸이라고.

한편 담임 이호진 선생은 ‘진미가 미대를 가고는 싶어 했지만, 주어진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학교에서 추천한 LG디스플레이(주) 구미사업소에 취업이 되었다며, 겨울방학 전에 그곳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철우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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